“공대를 다닐 때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머니를 도와 한복을 만들면서 꼭 맞는 적성을 찾았습니다.”
12일 막을 내린 제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최윤희(40ㆍ충북 대표)씨는 대통령상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학 시절 전파공학을 전공한 ‘공대 아름이’였다. 한복제작 일을 했던 최씨의 어머니가 딸마저 가업을 잇는 걸 원치 않아 공대에 진학했던 것. 최씨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학사와 석사 모두 공대 학위를 땄음에도 관련 분야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는 수공업이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여겨 당신의 딸만큼은 비교적 쉬운 길을 걸어가길 원했다”며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은 공부를 하다 보니 모든 일이 힘들고 일상도 잘 풀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2006년 최씨는 어머니의 일을 이어받기로 결심했다. 결혼 후 어머니의 일을 거들다가 한복제작이 자신의 적성에 꼭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최씨는 “2007년 곧바로 건국대 디자인대학원 전통복식학과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한복 공부를 시작했다”며 “그제야 어머니도 ‘어쩔 수 없다’며 응원을 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여년 간 어머니와 함께 한복제작을 해오던 최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참가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절치부심 끝에 올해 1월부터 어머니와 함께 동반 출전을 목표로 대회 준비를 시작했고, 그 결과 올 4월 충북 지방대회에서 딸은 금메달을, 어머니는 은메달을 수상했다. 디자인, 제도ㆍ봉제 등 대회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모녀는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다. 최씨는 “지난해와 달리 어머니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과정이 즐거웠고, 과정이 즐겁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이번 대회 입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복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어머니와 함께 한 것처럼, 나도 내 딸과 함께 한복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5일부터 일주일 간 서울에서 열린 올해 전국기능경기대회는 17개 시ㆍ도 대표 1,916명이 참가했다. 서울시(금 9개, 은 12개, 동 12개)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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