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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아닌 방향으로 구단 역사 쓴 유희관-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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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아닌 방향으로 구단 역사 쓴 유희관-박종훈

입력
2017.09.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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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대표주자 두산 유희관(왼쪽)과 SK 박종훈. 연합뉴스, SK 제공
느림의 미학 대표주자 두산 유희관(왼쪽)과 SK 박종훈. 연합뉴스, SK 제공

흔히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펑펑 포수 미트에 꽂는 투수가 주목을 더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공은 남들보다 느려도 정교한 제구와 지저분한 볼 끝, 강약 조절로 경쟁력을 갖춘 투수들도 있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느림의 미학’ 유희관(31ㆍ두산)과 신형 ‘핵잠수함’ 박종훈(26ㆍSK)이 딱 그렇다.

유희관은 늘 ‘느린 공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편견과 싸운다. 실제 기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유희관의 올 시즌 직구 평균 시속은 129㎞에 불과하다. 구속 탓에 마음 속에 품고 있던 태극마크 다는 꿈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유희관은 꿋꿋하다. 느린 공의 속도를 더욱 떨어트려 120㎞ 중반대로 던지다가 130㎞ 초반대의 직구를 던지는 등 완급 조절을 하고 변화구로 타자의 타이밍도 뺏는다. 그렇게 2009년 데뷔해 2013년 첫 10승을 거둔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지난 19일 부산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10승(6패)째를 채운 그는 구단 사상 좌완 최초로 5년 연속 10승 투수가 됐다. 또 4년 연속 100탈삼진과 180이닝 돌파라는 꾸준함의 상징으로 남았다. 유희관은 “구단 역사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려 영광”이라며 “늘 좋은 기록을 써가고 싶은 욕심이 있고 위대한 선배님들처럼 먼 훗날 인정 받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정통 언더핸드 투수로 위에서 내리 꽂는 정통파 투수와 달리 공이 빠를 수가 없다. 올해 직구 평균 시속은 131.5㎞다. 대신 그의 직구는 변화무쌍하게 흔들리고, 릴리스포인트는 땅을 스칠 정도로 낮아 타자가 상대하기 까다롭다. 다만 제구가 불안한 것이 고질적인 문제였으나 올해 안정을 찾고 ‘토종 에이스’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2010년 SK 2라운드 9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박종훈은 입단 초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조금씩 입지를 다졌다. 2015년 33경기에서 6승8패 평균자책점 5.19로 가능성을 보인 뒤 지난해 8승13패 평균자책점 5.66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데뷔 후 첫 10승을 넘어 12승(7패)을 찍었다. 12승은 2005년 신승현이 올린 구단 언더핸드 투수 한 시즌 최다승과 타이다.

박종훈은 한 차례 더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어 1승을 추가하면 구단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그는 “올 시즌 처음 해보는 값진 기록이 많아 얼떨떨하다”면서 “이번 시즌을 통해 배운 것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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