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보금자리론 이용자 중 2주택자 비중이 1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7명 중 1명 꼴이다. 투기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주택자에게 보금자리론을 마구 대출해주면서 결국 한도 초과로 보금자리론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주택자의 보금자리론 대출금액은 2조2,739억원으로 전체 판매금액(14조3,797억원)의 15%에 달했다. 올해도 8월까지 2주택자의 대출금액은 1조584억원으로 전체 판매금액(9조4,192억원)의 11%를 차지했다.
보금자리론은 기본적으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장기저금리 정책 금융상품이지만, 부동산 거래 위축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팔지 못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단 1주택자가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주택은 대출실행일로부터 3년 이내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건을 악용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기존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주택을 구매해 투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보금자리론으로 대출받은 2주택자 중 올해 8월까지 기존주택을 처분한 건수는 25%에 불과했다. 올해 대출건수(7,976건) 중에서는 단 6%(474건)만이 기존주택을 팔았다. 박 의원은 “3년 내 대출을 상환하면 기존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금자리론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투기구매에 악용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주금공이 보금자리론 한도초과를 이미 예상하고도 적절한 대책마련 없이 갑작스럽게 대출요건을 강화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금자리론 수요는 6조원이었지만, 연간 판매금액은 14조7,496억원으로 예상보다 2배 이상 판매됐다. 주금공은 올해는 10조원을 한도로 잡았지만 역시 9월에 계획을 초과했고, 결국 급작스럽게 사실상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게 됐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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