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12)를 시작으로 2020년 ‘신기후체제’ 출범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인류의 생산활동으로 인해 소득수준은 높아졌지만 이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로 나타난 기후변화로 후손들이 받을 수 있는 미래 재앙을 막아보고자 하는 노력이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피해에서 몰디브나 투발루처럼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잠긴다는 국가안보 우려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가 주는 영향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국제적 노력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파리 총회에서 채택 예정인 ‘신기후협정문’을 위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기여방안(INDC)을 제출한 국가가 이미 151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도 지난 6월에 2030년 배출전망치(BAU)의 3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으로는 유엔 사무총장이나 미국 등으로부터 신기후체제 출범에 매우 긍정적이고 중요한 기여가 될 것으로 평가 받기도 하였다. 반면 국내 산업계는 너무 높다고 하고, 환경운동가들은 2009년 발표한 자발적인 감축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라고 정부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에게 이 과정은 엄청난 고통과 도전이라 점이다. 그러나 이는 피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국제사회가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보면 명확해 진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에 필수적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의 발표에 의하면 2004년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450억 달러에서 2014년에는 6배 이상 증가한 2,7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개발도상국은 같은 기간 동안 90억 달러에서 1,310억 달러로 거의 15배 투자를 늘렸다는 점이다. 또한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등의 주요 국가 분석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져오는 일자리 창출이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보다도 더 높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국제 무역의 움직임이다. 절대적인 비중은 분류 방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녹색과 비녹색산업을 구분하는 경우 녹색산업의 수출과 수입 비중이 비녹색산업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하여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그 이후 증가 추이는 지속되고 있다.
수출 의존적인 산업구조로 경제성장을 해 온 우리로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이는 극단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친환경제품에 대한 관세를 우대하는 등 새로운 ‘녹색 보호주의’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세계의 제품 수요를 반영하여 친환경 제품을 더욱 많이 생산하는 것이 미래 성장전략이다.
우리는 신기후체제를 통해 다가올 도전을 미래의 성장 기회로 전환해 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하겠다. 기존 자동차 회사가 아닌 자동운전 운영체제를 만드는 구글이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앞으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는 자동차 분야만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주력산업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상황이다. 이들이 현재의 국제적인 움직임에 부응하여 혁신 전략을 통해 기존 산업의 녹색화와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을 선도적이고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다면 이들 만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함선이 운항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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