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공학계열의 여학생 비율이 20%가 안되고, 교수들도 적어서 당연히 과학기술계는 남성의 분야라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임혜숙 교수)
“(남성과) 똑 같은 레벨의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 확실히 주저함이 있다” (박은정 교수)
과학기술계의 19.3% (통계: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2016) 에 불과한 여성 과학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늘(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인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박은정 교수,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임혜숙 교수, 극지연구소 이홍금 책임연구원(전 연구소장)을 만났다. 세 사람 다 “성공한 여성 공학인의 모델이 많아지고 영향력이 생기면 변화는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Q. 왜 사람들은 ‘남자 과학자’만 떠올릴까요?
이홍금 책임연구원 : 이곳 극지연구소에는 여성 연구원 비율이 20%정도 돼요.
임혜숙 교수 : 대학에서도 역시 공학계열 여학생들의 비율은 20% 내외이고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죠. 심지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런 대학의 전자공학과에는 여성 교수가 한 분도 없습니다. 이렇듯 불균형한 과학계 남녀 성비 때문에 ’과학 기술계는 남성의 영역이다' 라는 편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박은정 교수 : 그런 차이 속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생기는 거죠. 앞으로 성공한 여성 공학인의 모델들이 좀 더 발굴되고 영향력도 생긴다면 이런 경험을 통해 지금의 인식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과학자가 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임혜숙 교수 : 학생 때 공대를 선택했을 때 일단 사람들의 반응은 다 굉장히 의아해 했죠.
박은정 교수 : “여자들은 그냥 시집가서 살림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대학원 간다고 할 때 반대했던 분이 아버지였어요.
이홍금 책임연구원 : 처음엔 “고생해서 어쩌냐”는 얘기도 들었고, 경력이 쌓이고 나서도 극지 연구 떠날 때 “쉰 살에 그 위험한 곳에 왜 가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사실 그냥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박은정 교수 : 연구하는 생활이 진짜 마약 같다고나 할까요? 정말 호기심이었어요.
임혜숙 교수 : 어떤 연구 논문을 보거나 완성된 프로그램을 대할 때 느낌이 마치 무슨 미술작품을 대하듯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연구 성과를 보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고요. 그저 연구하는 일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Q. 과학계에 성차별이 존재하나요?
박은정 교수 : 남자 연구원과 똑같은 등급의 연구를 맡기는 것. 그것에 대해 확실히 주저함이 있죠.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여성 연구자는 책임자 급으로 안 놓고 일단은 그 아래 직책으로 놓는 일도 있고요. 버텨내고 인정 받고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들이 남성 연구원에 비해 시간적으로 더 많이 소요되죠.
임혜숙 교수 : 공대 졸업생들 중에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하고 승진이나 그런 것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박은정 교수 : 경력 단절 됐다가 돌아왔을 때 지원할 수 있는 과제가 없어요. 그런 과제를 딸 수 있는 기회조차 상실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 여성 연구원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준비가 행정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게 제 작은 바람이죠.
Q. 후배 여성과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홍금 책임연구원 : 아시아 최초로 여성 월동 대장도 배출한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아라온호 타고 한 달씩 두 달씩 출장 가고 극지 연구소에서 2, 3달씩 일하는 여성 연구원들도 많아요. 무한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내가 하기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 ‘JUST DO IT’이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임혜숙 교수 : 사실 직장을 계속 다녀야만 할 이유보다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수많은 이유들에 직면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럴 때라도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박은정 교수 : 단점보다는 장점, 내가 못 하는 것 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할 수 있다는 희망 놓지 않길 바랍니다.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현유리 인턴 PD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