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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 사이… '5·24조치 해제'에 고민 깊어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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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 사이… '5·24조치 해제'에 고민 깊어진 정부

입력
2014.10.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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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천안함 피격 사과 등 고수 땐 남북관계 개선 한발도 못 나가

포괄적 유감 표시·재발 방지 등 전문가들 '실용주의적 접근' 주문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북대화 정례화 등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남북대화 정례화 등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이제 공은 우리 정부로 넘어왔다. 북한이 거물급 인사까지 보내며 대화 의지를 보인 만큼 정부도 이에 걸맞게 2차 고위급접촉에 임하는 성의를 보일 차례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꼽히는 5ㆍ24조치와 금강산관광 재개가 문제다. 정부는 이와 관련,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모처럼 만에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접점 찾아야

10월 말~11월 초 열릴 2차 고위급접촉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5ㆍ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가 꼽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깜짝 방문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를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 풀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진전된 합의를 보려면 북한이 원하는‘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도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빈손 대화’가 되지 않으려면 “(천안함 피격사건과 금강산 관광과 관련)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고위급접촉 시점을 한 달 뒤인‘10월 말~11월 초’로 제시한 것도 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 여부를 지켜보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의 현실과 5ㆍ24조치 해제의 조건인 북한의 사과라는 명분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인데 전문가들은 실용주의적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천안함 피격사건과 박왕자씨 피살사건은 모두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로 전제를 걸면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사안별로 일일이 책임 묻기 보다는 포괄적으로 북한의 유감을 받아내고 재발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식으로 정리 작업을 한 후에 상응하는 조치를 이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정부는 5ㆍ24조치 해제를 ‘천안함 폭침 사과’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와 연계시켜선 안 된다”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합의하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수용하고 이산가족 생사 전면 확인에 협조하면 5ㆍ24조치를 해제하는 등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내부에선 미묘한 온도차

북한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5ㆍ24조치 해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야권이 전반적으로 ‘과감한 해제’를 주문하는 반면 여권 내에서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대해 책임 추궁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교류 중단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5ㆍ24조치는 이미 철 지난 옷이고 반 이상 효력을 상실했다”며 묵시적 해제 또는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도 “이제 통 크게 5ㆍ24조치를 포함한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 확대는 해야 하나 5·24조치 해제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등과의 공동 보조를 취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무조건 중단하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고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남북 대표단이 2차 고위급접촉에 합의한 이후 최고위급 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구체적 일정을 협의하는 등 후속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담 시기는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을 감안해 10월 말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능한 빠르게 세부사항을 정해 북측에 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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