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기념식 전 비공개 환담
심상정 대표ㆍ주승용 원내대표는 ‘항의’ 불참
황교안 대행ㆍ정세균 의장만 웃으며 대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특검 연장 거부로 생긴 전선이 3ㆍ1절 기념식장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황 권한대행과 여야 대표가 처음 한 자리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내내 싸늘했다.
황 권한대행과 정세균 국회의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1일 3ㆍ1절 기념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귀빈실에서 식전에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탄핵 심판 중인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제외한 양승태 대법원장과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황찬현 감사원장 등 5부요인과 광복회 박유철 회장, 서상교 고문 등 독립유공자, 종교계 인사도 함께 자리했다.
하지만 최근 정국을 반영하듯 주스 한 잔을 앞에 둔 차담회는 내내 냉랭했다고 한다. 야권은 특검 연장을 불승인한 황 권한대행을 겨냥해 탄핵까지 거론한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기념식에는 참석했으나 항의의 표시로 황 권한대행과 사전 환담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아예 행사에 불참했다.
황 권한대행과 정 의장은 그나마 웃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황 권한대행은 정 의장이 “고생이 많다”고 하자 “의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또 자신이 야권의 ‘특검연장법’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해 항의 문자를 많이 받고 있다고 농반진반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 대표들은 황 권한대행과 의례적인 인사만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환담 시간이 1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특검이니, 탄핵이니 하는 현안 얘기는 할 새가 없었다”며 “황 총리는 주로 광복회 인사들과, 우리(여야 지도부)는 우리끼리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미소 지으며 악수를 했지만 별 말 없이 어색한 분위기였다”며 “황 권한대행과 정 의장만 다정했다”고 전했다. 추 대표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런 자리에서 함께 얘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기념식장에서도 냉랭한 기운이 이어졌다. 황 권한대행이 기념사를 낭독하는 동안 추 대표는 거의 시선을 주지 않았다.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대목에선 입을 꾹 다물기도 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여야 대표들은 황 권한대행이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는 동안 식장을 빠져나가 악수할 새조차 없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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