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계열 첫 서울 전역 승리
여야 통틀어 MB 이어 두 번째
“홍준표 몰교양에 중산층 실망”
19대 대선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 3구 유권자들까지 진보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 지역에서 승리를 일궈낸 것은 민주당 계열 정당 사상 처음이고 보ㆍ혁을 통틀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10일 완료된 대선 개표 결과 문 대통령은 서울에서 278만1,345표(42.34%)를 득표해 149만2,767표(22.72%)를 얻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36만5,285표(20.78%)를 확보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따돌렸다. 서울 전역에서 수위를 차지한 문 대통령은 감세 등 보수 성향 정책에 우호적인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에서까지 최다 득표를 일궈냈다. 강남구 분구로 강남 3구 체제가 갖춰진 1988년 이래, 민주당 계보 정당이 이들 지역을 석권한 것은 처음이다.
강남구에서 문 대통령은 35.36%를 득표해 홍 후보(26.78%), 안 후보(21.99%)를 물리쳤고, 서초구에서도 득표율 36.43%를 기록, 역시 홍 후보(25.63%), 안 후보(21.90%)를 눌렀다. 송파구에선 40.30%의 득표율로 비슷하게 22% 정도를 얻은 두 후보를 이겼다.
지금껏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진보 정당 후보들은 번번이 서울 전체 득표에서 앞서고도 강남 3구에선 밀리곤 했다. 18대 대선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결을 벌였던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전역에서 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남 3구 유권자의 보수색이 옅어졌다는 식으로 과대 해석해선 곤란하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들 지역에서 서울 평균보다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40%에 못 미치게 득표한 곳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용산구(39.33%)와 강남구, 서초구 등 3곳뿐이다. 강남 3구에선 진보 성향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도 평균보다 낮았고, 대신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970~80년대에 상경해 30년간 터전을 닦은 강남 3구 주민들이 중산층화하면서 대선 후보의 안보ㆍ경제적 보수 이념뿐 아니라 품격과 교양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며 “한 달 만에 보수 진영을 재건하기 위해 돌출 행동을 무릅써야 했던 홍 후보가 안보 보수층 지지까진 얻어냈지만, 강남 중산층의 거부감은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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