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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친환경” 휘발유 vs 경유, 누가 맞을까

입력
2018.05.05 1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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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등 배출량 두고 공방

LPG업계 “미세먼지 배출 0”

석유업계 “근거 된 정부 조사 틀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환경부가 개최한 '자동차 배출가스 무상점검의 날' 행사에서 차량들이 미세먼지 측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환경부가 개최한 '자동차 배출가스 무상점검의 날' 행사에서 차량들이 미세먼지 측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에너지업계에선 ‘친환경 연료’를 둘러싼 공방이 한창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심해지자 조금이라도 오염물질을 덜 내뿜는 자동차 연료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친환경’이란 평가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기나 수소는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로 꼽히지만, 기술발전 인프라 보급 등의 제약으로 대중화가 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보편적으로 쓰이는 연료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건 액화석유가스(LPG)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대다수 대선후보가 LPG차 확대를 공약한 데 이어, 국회에선 5인승 레저용(RV) LPG 승용차의 일반인 판매를 허용하는 규제완화 법안이 통과됐다.

최근엔 추가 규제완화 법안도 다수 계류 중이다. 이찬열ㆍ정재호ㆍ윤한홍 의원 등이 발의한 5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엔 LPG 사용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부터 일반인이 사용 가능한 차량의 배기량 기준을 낮추거나 사용 연한을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모두 LPG가 휘발유나 경유보다 깨끗하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법안들이다.

하지만 휘발유, 경유를 주로 생산하는 석유업계에선 이런 인식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한적인 실험 결과만을 가지고 ‘LPG=친환경 연료’라는 등식을 공식화하기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뜨거운 관심사’인 미세먼지 배출량만 해도 그렇다. LPG 업계는 국립환경과학원의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서비스(CAPSS) 자료를 근거로 “LPG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제로”라고 주장한다. 2014년 기준 CAPSS에 따르면, 국내에서 경유가 배출하는 연간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각각 9,990톤과 9,190톤으로 휘발유, 경유, LPG 3대 연료의 총배출량 가운데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LPG의 미세먼지류 배출량은 ‘0’이었다.

이를 두고 석유업계는 “왜곡된 조사 결과”라고 반발한다. 작년 11월 처음 공개된 환경부의 ‘저공해 자동차 인증 현황’ 자료에서 급가속조건(US06모드ㆍ시속 80㎞ 주행 시)을 기준으로 보면, 1,999㏄급 LPG차량 카렌스와 쏘나타에서 1㎞당 0.002~0.0025g의 미세먼지가 배출됐다. 이들은 “CAPSS 조사 결과는 유종별 오염계수에 차량 대수를 곱한 것이어서, LPG차보다 3배 이상 많이 운행되고 노후차량도 많은 국내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과대포장됐다”고 지적한다.

미세먼지를 형성하는 ‘원인물질’로 거론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두고도 양측이 강하게 대립한다. LPG 업계는 유로6 경유차와 LPG차를 비교한 환경부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LPG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차보다 최대 96%나 적다”고 강조한다.

반면, 석유업계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간의 상관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작년 12월 국회입법조사처 토론회 자료) ▦수송용보다 발전용 연료의 질소산화물 피해비용이 훨씬 크다(2014년 국제통화기금 분석)는 등의 자료를 들며 이 역시 과장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놓고 보면 양 업계의 입장이 뒤바뀐다. 석유업계는 “LPG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ㆍ경유차보다 많은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연료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09년 NF쏘나타를 기준으로 실험한 결과, 휘발유 경유 LPG LNG 4개 유종 가운데 LP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196.5g/㎞)이 가장 많았다.

지난 25일부터 환경부의 규정 개정으로 국내에 운행 중인 모든 차량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ㆍ관리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석유업계는 “환경부가 이산화탄소는 오염물질에서 제외하고 등급을 정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온난화가 심해지면 대기가 정체되고 그만큼 미세먼지 등에 의한 피해도 더 커진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게 석유업계의 주장이다.

반면, LPG 업계는 “이산화탄소에 이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두 번째로 높은 블랙카본(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불완전연소로 생성되는 물질)의 경우, 노후경유차 등에서 상당량이 배출되지만 LPG차는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며 반박한다.

환경부는 2015년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2014년 기준)을 발표하면서 연료별 평균등급이 LPG(1.86), 휘발유(2.51), 경유(2.77)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오염물질지수와 이산화탄소지수를 합산한 값으로, 온실가스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도 LPG의 친환경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석유업계는 “배기량이 많을수록 대체로 등급이 안 좋게 나오는데, 조사 과정에서 이런 차이는 무시하고 배기량이 낮은 LPG차를 다수 포함해 통계를 왜곡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 업계가 서로 유리한 자료를 내세우며 다투고 있지만, 대체로 LPG가 경유보다는 환경피해가 적은 건 맞다”라면서도 “다만 연료별 수급 상황이 다른 현실, 세금ㆍ연비 등 각종 경제적 부담의 차이, 생산ㆍ소비 과정 전체에서 배출되는 오염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리적인 정책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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