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석 “경찰 수사권 염원
文 대통령 공약사항 이뤄져야”
경찰 환영… 검찰은 상황 주시
청와대가 25일 경찰에 인권 의식과 관련한 증진 방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경찰의 숙원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전제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경찰 내부의 인권의식 개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켜 검찰개혁을 이끌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고위 인사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을 계기로 시동이 걸린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 조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경찰의 경우 향후 수사권 조정에 강한 염원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민정수석실에서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경찰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 인권 침해 사례가 많은 경찰을 향해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검찰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수사권 조정’을 건드린 것이다.
조 수석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그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분명히 밝히고 “최종 마무리는 국회에서 하겠지만 내부적으로 선제적 조치를 마련해야 하고, 행정경찰이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경찰 내부에서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경찰 내부적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개혁 노력이 선행되어야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가능하다는 일종의 동기 부여이자, 검찰개혁의 밑자락을 까는 양수겸장의 카드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검ㆍ경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있는 검찰개혁 드라이브와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검찰의 돈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이날 돈의 출처로 지목된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대통령 비서실부터 감축하는 모습을 보이며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조 수석도 12일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반대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해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검찰을 진정으로 살리는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검ㆍ경 수사권 조정까지 언급한 데는 전방위적인 조치를 통해 역대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 언급에 경찰과 검찰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문 대통령의 수사권 조정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한 검찰 관계자는 “인권위 위상을 강화하면서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경찰의 인권 침해적 요소를 없애라는 취지에는 당연히 찬성한다”며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사권 조정을 위한 논의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주시하면서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