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독주체제가 강화되고 당내 경선에 나선 유력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나들면서 이들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상호토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어제 나온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마침내 50%를 넘보고,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당내 예비후보 3인의 지지율 합계도 60%에 근접했다. 그런 만큼 민주당 경선 토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하지만 일부 후보가 토론보다 세몰이를 앞세우고 경선을 관리하는 당 선관위도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태를 드러내 뭔가 개운찮다.
민주당 선관위는 선거인단 등록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지난 주말 후보 합동토론회를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전 1회, 선고 후 8회 등 모두 아홉 차례 열기로 결정했다. 탄핵에 집중해달라는 민심과 5월초로 예상되는 대선을 감안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즉각 "당초 탄핵선고 전 최소 2회 등 모두 10차례 이상 토론회를 열기로 얘기되다가 돌연 축소됐다"며 "이런 깜깜이 선거로는 정권교체 책임자를 가릴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심지어 이 시장은 "추미애 대표에게 좀 챙겨봐 달라고 전화까지 했는데 받지도 않고 회신도 없었다"며 "개무시 당한 느낌"이라고 원색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선관위가 인터넷방송 토론을 1회 추가하는 편법을 내놨으나 되레 '꼼수'라는 역풍만 불렀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당 선관위가 각 후보들에게 토론의 기회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고민했으면 한다"고 공정한 관리를 촉구했다. 선관위가 문재인 후보 대세론의 들러리를 선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 후보진영은 '당내 경선=대선 본선'이라는 인식 아래 토론보다 세몰이에 치중하는 인상이 짙다. 1,000여명의 학계가 참여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발족에 이어 최근 별만 100개에 달하는 군 출신 및 군사전문가가 주도하는 '더불어 국방안보포럼', 외교관을 지낸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 노무현ㆍ김대중 정부 장ㆍ차관 출신 인사 모임인 '10년의 힘 위원회' 등을 연이어 출범시키며 기세를 올린 것은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런 일방 행보 탓에, 탼핵정국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것 이상으로 국가 리더십 책임도 큰 민주당에서 불공정과 불투명, 불통 운운하는 뒷말과 불만이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진영 논리와 수박 겉핥기 식 검증이 초래한 불행한 사태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시민적 자각과 성찰은 오간 데 없고 축배를 들기에 바쁘니 왠지 불길한 느낌마저 든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결코 당내 행사가 아니다. 승리욕보다 책임감이 앞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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