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시장의 대외변수 취약성이 최근 원ㆍ달러 환율 급변동으로 재확인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급락세(원화 강세)를 타기 시작했다. 미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거꾸로 달러 약세, 원화 강세라는 반작용이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FOMC 직전인 지난달 15일 1,186.7원이었던 원ㆍ달러는 지난 16일 1,129.1원으로 1개월 만에 57.6원(4.85% 원 절상)이나 내렸다.
요즘 달러 약세는 비단 원화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1개월 간 유로와 영국 파운드화 역시 달러 대비 각각 0.57%, 0.33% 절상됐고, 중국 위안과 일본 엔화도 각각 0.34%, 1.16% 올랐으니 달러 약세는 전세계적 현상인 셈이다. 문제는 달러 대비 원의 절상 폭이 러시아 루블(9.60%) 인도네시아 루피아(6.22%) 터키 리라(5.82%)에 이어 주요 20개국 중 4번째일 정도로 급격했다는 점이다. 특히 최대 수출 경합국인 일본의 엔 절상 폭이 1.16%에 그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 악화로 인한 수출 타격도 예상된다.
실제 원ㆍ엔 재정환율은 지난 1일 100엔 당 978.78원에서 지난 16일 947.40원으로 보름 만에 30원 넘게 떨어졌다. 즉각 일본 경합품목인 전기ㆍ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관련 업종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원ㆍ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은 지난해 대비 약 8.8%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지난 8월 14.9%에 달했던 수출 감소율이 9월엔 8.3%로 완화해 4분기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했으나, 이번 환율 급변동으로 ‘4분기도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역력해지고 있다.
물론 우려만큼 수출 타격이 심각한 건 아니다. 원ㆍ달러 1,120원 대면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다. 또한 이번 환율 급변동은 미국 금리인상 유보에 따른 일시적 반작용인만큼, 조만간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환율을 걱정하는 이유는 역대 최대의 외환보유액과 견고한 펀더맨털(경제 기초체력)에도 불구하고 대외변수에 따른 원화 환율의 단기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건 국내 금융시장 전반이 향후 대외 변수에 따라 급변동할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위기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언제든 위기는 돌발할 수 있는 만큼, 우선 원화 안정성이라도 높일 수 있도록 관리책이 보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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