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진행되면서 파장이 ‘김명수 대법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하창우 전 변협 회장을 사찰한 것은 물론, 변호사 단체까지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이를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석연찮은 하드디스크 ‘디가우징’(파일 영구 삭제)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의 노골적인 봐주기 의혹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앙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변협 압박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알려졌다. 하 전 회장의 탈세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수임 자료를 국세청에 제공하고, 특정 언론사에 비판 기사가 게재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변호사들의 업무를 무력화하기 위해 변론기일 연기 금지 등 조직적인 훼방도 이뤄졌다. 국민들의 기본권마저 침해한 ‘양승태 대법원’의 정치공작 같은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지만 특별조사단이 이를 확인하고도 그냥 넘어간 것은 더 이해하기 힘들다.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대법원에서 410개의 문건을 제출받은 검찰이 하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밝혀졌다.
대법원은 특별조사단의 조사 범위가 아니라서 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민간인 사찰이라는 엄연한 범죄 행위를 확인하고도 묵인했다는 것은 사실상 은폐에 가깝다. 더욱이 김 대법원장이 관련 보고를 받고도 진상조사 등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니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이 사용하던 컴퓨터가 디가우징 된 것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의 책임을 묻는 의견이 제기되는 마당이다. 관련 재조사를 앞둔 시점에, 그것도 양 전 대법원장이 이미 물러난 상태에서 디가우징 됐다는 게 의문스러운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이런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지금이라도 검찰에 하드디스크 등 핵심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 구하기’라는 오명을 쓰는 건 사법부 신뢰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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