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연내 법안 통과 박차"
10년 끌던 논의 핀테크로 급물살
주식·채권·CD 등 대상… CP는 제외
인쇄·보관 등 비용 年 870억 절감
분실·위조 위험 없고 탈세 막는 효과
전산사고 땐 권리 다툼 소지
2019년부터 종이로 된 증권(주식이나 채권 등 재산가치를 가진 문서)이 사라진다. 증권의 발행과 유통 등 전 과정이 전자 등록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는 것이다. 실물증권을 예탁기관에 보관하여 부동화(不動化)시키는 증권예탁제도가 1973년 시행된 지 40여년만에 맞는 큰 변화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증권거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증권법을 새로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위의 목표다. 법안 통과시 3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치기로 해, 실제 시행은 2019년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증권제가 논의된 지는 이미 10여년이 지났는데, 그 동안은 법무부와 금융위 등 부처간 이견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최근 핀테크(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가 금융권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조기 시행하는 쪽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법제화가 지연되는 사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세 나라 중 한 곳이 됐다.
전자증권법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증권은 일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전자화하겠다는 것이다. 주식, 채권, 수익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이 전자화 의무 대상이며, 자본시장법상 증권은 아니지만 예탁가능 증권에 해당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도 전자화 대상이다. 그러나 기업어음(CP), 합자회사 출자지분, 투자계약증권 등은 전자화 대상이 아니다. 비상장 주식은 발행회사가 전자증권 또는 실물증권을 선택할 수 있다.
전자증권은 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으로 구분되어 운영되는데, 예탁결제원이 등록기관이 되어 전자증권 발행ㆍ거래 내역을 통합 관리한다. 증권사 등 금융회사는 전자증권의 매매를 관리하는 계좌관리기관이 된다.
전자증권제 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효과는 비용ㆍ시간 절감이다. 앞으로는 실물증권을 인쇄하고 교부하고 보관할 필요가 없는데,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이 경우 연간 약 87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주식을 감자하거나 합병하는 등에 필요한 절차도 현행 약 40일에서 15일 정도로 단축된다.
실물증권이 분실되거나 위조될 위험도 사라지게 된다. 2013년 한 해 분실ㆍ위조증권 사고 발생 규모는 1,629억원이었다. 지난달에도 코스닥 상장기업 나스미디어의 위조주권 1만주(시가 3억원)가 발견되어, 예탁결제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가 있다. 이밖에 전자증권 제도가 실시되면 매매ㆍ증여 등 거래가 실시간 관리되기 때문에 탈세ㆍ편법상속을 쉽게 발견해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전자증권제 특성상 전산사고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주주나 증권 소유자간에 권리관계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금융위는 “전산 오류로 실제 발행된 증권보다 전산상에서 더 많은 증권이 등록되면, 거래 안정성을 위해 선의 취득자 권리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사고 책임이 있는 기관이 문제가 된 만큼의 수량을 매입해서 소각하도록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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