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지섭 기자

등록 : 2018.02.13 04:40
수정 : 2018.02.13 09:52

“성격 달랐지만, 두 딸은 친자매 이상... 우린 ‘팀 브랜트’ 가족”

女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박윤정, 미국팀 한나... 브랜트 부부 이야기

등록 : 2018.02.13 04:40
수정 : 2018.02.13 09:52

*박윤정 이름 쓰는것 섭섭치 않아

입양 결정 후 임신 사실 알았지만

아무런 말 안 하기로 하고 데려와

“올림픽 끝나고 가족 모임 기대돼”

*친엄마 찾는 절차 밟을 것

“윤정이도 ‘생모 찾고 싶다’ 말해

올림픽 후 美서 절차 준비할 것

지금은 최선 다하라 이야기할뿐”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박윤정과 미국 대표 한나 브랜트 자매를 키워낸 그레그 브랜트(왼쪽), 로빈 그랜트 부부가 12일 강릉에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언니는 한반도기를 달고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일원으로, 동생은 성조기를 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뛰고 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매를 차별 없이 키워낸 부모는 최고의 무대에서 두 딸의 경기를 직접 눈 앞에서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일명 ‘팀 브랜트’라 불리는 가족이다.

그레그 브랜트(63), 로빈 그랜트(61) 부부는 영화 같은 사연의 주인공이다. 12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던 부부는 1993년 5월 한국에서 입양을 결정했다. 1992년 12월 출생의 박윤정(26ㆍ마리사 브랜트)을 데려오기로 했는데, 미국에 도착하기 2주 전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부부는 입양을 추진했다. 6개월 후 태어난 한나 브랜트(25)와 박윤정을 차별 없이 키웠고, 자매는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다.

지난 10일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열린 관동하키센터에서 한국일보 취재진과 처음 인사를 나눈 브랜트 부부는 기꺼이 자신들의 머무는 숙소로 초대했다. 12일 오전 강릉의 한 펜션에서 만난 부부는 바쁜 일정 속에도 한 시간 반 가량 속 깊은 가족 이야기를 들려줬다.

브랜트 부부가 두 딸의 소속 팀 국가의 유니폼을 입고 밝게 웃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엄마인 로빈 브랜트(이하 엄마)씨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지만 너무 바빠 아직 제대로 한국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했다. “도착하자마자 개회식에 참석하고 매일 미국팀, 한국팀 하키 경기 보러 다니느라 바빴다. 27일까지 머물 예정인데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마리사와 한나가 함께하는 가족 모임을 기대하고 있다.” 아빠인 그레그 브랜트(이하 아빠)씨도 “대회 끝나고는 가족 다 같이 서울을 구경하고 싶다”며 “우리는 미네소타의 매우 작은 마을(배네이스 하이츠)에 살기 때문에 강릉도 큰 도시처럼 느껴지는데, 서울은 엄청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마리사(박윤정)를 한국에서 입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엄마는 “남편의 누나 부부가 바로 옆집에 사는데, 그 집도 우리처럼 아이가 안 생겨서 한국 남자 2명을 입양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 출신 사촌이 둘이나 있으니 미국에서 적응하기도 더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 한국에서 입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빠는 “실제 마리사와 한국 출신 사촌들이 잘 어울렸고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엄마는 “이미 입양 절차가 거의 마무리 돼 마리사의 사진도 받아 매일 같이 보고 있었다. 2주 후면 마리사가 우리 품으로 안길 시기였다. 그 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아무런 말을 안 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다가온 마리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리사도 오고, 한나도 오고 순식간에 딸을 두 명이나 얻었다”며 웃었다.

박윤정(오른쪽)과 한나 브랜트 자매 어렸을 적 사진. 브랜트 가족 제공

우애가 좋은 자매였지만 둘의 성격은 달랐다고 한다. “마리사는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천상 여자였다. 하지만 한나는 외모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나는 사내 같은 소녀였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도 “한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선수 같았다”고 맞장구를 쳤다.

마리사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합류를 위해 한국 국적을 회복하겠다고 할 때 엄마는 “마리사 인생에 정말 좋은 여정이 될 것이다. 고향 땅, 고향 음식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아 좋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어렸을 때 우리는 마리사에게 한국 문화 체험을 많이 시켜주려고 했지만 별로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그 곳에 가면 또 느끼는 점이 다를 것이다. 우리는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박윤정이 어렸을 때 한복 입고 찍은 사진. 브랜트 가족 제공

한국 대표팀 이름에 마리사가 아닌 박윤정이 오른 것에 대해 아빠는 “전혀 섭섭하지 않다. ‘윤정’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돼 있는 이름이다. 본인도 그 이름을 쓰는걸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어딘가에 친엄마가 있을 텐데, 마리사는 자신이 이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어딘가에 있을 친엄마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마리사도 가능하면 친엄마를 만나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친엄마를 찾으려면 먼저 미국 쪽에서부터 서류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지금까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마도 올림픽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오면 그 절차를 시작할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출신 사촌 2명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마리사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리사도 친엄마를 찾고 싶어하냐는 질문에 아빠는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엄마에게 말하기를 그 어떤 경우에도 당신이 나의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모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매우 어린 나이에 병원에 가서 출산했고, 곧바로 병원을 떠났다는 정도가 우리가 아는 전부다”라고 답했다.

한국의 유관기관 도움을 받는 문제에 대해 아빠는 “마리사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할 부분이고 생모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브랜트 부부와 박윤정의 남편 브렛 로넨(가운데)이 페이스오프를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김주영 기자

부부는 만일 미국과 한국이 붙으면 누굴 응원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하다. 아빠는 “대답하기 곤란하다. 난 이미 한국 팀이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금메달을 딴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엄마는 “그저 두 딸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스위스전을 봤는데, 크게 졌지만 정말 감동적이었다. 한국이 퍽을 가질 때마다 엄청 응원했다”고 말했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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