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대립보단 화합에 무게” 전망
물밑 조율해 간극 봉합 가능성
친박 내부 세력 판도에도 영향
서청원 용퇴론 확산될 수도
21일 개각 발표로 여권의 권력 지형에도 심상찮은 변화가 예상된다. 친박 핵심이자 중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당 복귀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부총리의 복귀 시점은 한창 공천 룰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 간 기 싸움이 고조될 무렵으로 예상된다.
최경환의 복귀…무대와 공천룰 물밑 협상하나
여권의 관심은 ‘친박 중의 친박’인 최 부총리의 귀환에 쏠려있다. 최 부총리의 복귀 시점은 후임 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다음 달 중순께로 점쳐진다. 21일 출범한 ‘공천제도특별위원회’(공천특위) 논의가 무르익을 때라는 점이 더욱 공교롭다. 특히 공천특위는 비박계의 수장 격인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의 구심 역할을 하게 될 최 부총리의 대리전 양상이 될 조짐이다.
일찍이 여권에선 내년 20대 총선직후 친박계가 최 부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론을 띄우며 ‘친박체제’ 구축에 나서리란 예상이 나온 터다. 양 계파의 두 수장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차기 권력지형에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리라는 의미다.
그러나 당장은 김 대표와 최 부총리 사이에 눈에 띄는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 부총리는 내각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김 대표와는 ‘핫 라인’을 유지하며 중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화로 혹은 직접 만나 긴밀히 의견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마친 뒤 김 대표의 제안으로 최 부총리와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곁들인 만찬회동에 참석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큰 문제는 없다는 관측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당시 회동에서 공천 룰을 놓고도 대립과 분열이 아닌 타협과 화합으로 가자는 데 두 사람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 대표와 최 부총리 사이의 오랜 친분도 갈등설을 잠재우는 요인이다. 두 사람은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래,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졌을 때에도 인간적인 끈을 놓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초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 때엔 후임 총리 후보자로 최 부총리가 김 대표를 박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좌장 자리 둘러싼 친박계 내 판도 변화도 주목
공천특위에서 벌일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혈투 역시 결국은 김 대표와 최 부총리가 물밑에서 조율해 봉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두 사람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양쪽에서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카드’의 간극이 클 경우, 어떻게 협상할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선 최 부총리의 복귀 이후 친박계 내부의 세력 판도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친박계의 맏형이자 좌장 역할을 해왔던 서청원 최고위원과의 세 대결도 한 단면이다. 친박계 물밑에선 벌써부터 서 최고위원을 염두에 둔 ‘친박 다선 의원 용퇴론’이 공공연하게 흘러 나오고 있다. 서 최고위원이 불출마를 결단하고 백의종군해야 비박계 다선 의원의 동반퇴진 역시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당대회 2위 득표로 사실상 김 대표에 이은 당내 서열 2인자인 서 최고위원이 이런 논리에 쉽사리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관계자는 “오히려 최 부총리와 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친박계의 세력 분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가 최 부총리의 귀환 이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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