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ㆍ국방장관 동시 발표로
‘주한미군 철수 협상 고려’ 등
스티브 배넌 발언 급히 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유화발언 대신 군사옵션을 포함한 강경론을 내세우고 나섰다. 국무ㆍ국방장관이 17일(현지시간) 동시에 전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대응 계획은 없다’는 발언을 부인했다. 백악관은 대북정책 등 아시아정책의 재검토 논의를 위한 안보당국 수뇌부의 회동이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미국 조야는 물론 주요 언론들에서 군사옵션 배제, 주한미군 철수론, 한미군사훈련 축소 검토설 등이 확산하자 김정은 정권에 자칫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다급함이 엿보이는 처사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미ㆍ일 외교ㆍ국방장관 안보협의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들과 함께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북한 정권에 핵과 미사일 도발 중지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인 접근법을 선호한다고 하면서도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미국은 군사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배넌의 발언을 명확히 부인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어떠한 외교적 노력도 ‘만약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강력한 군사적 결과에 처하게 된다’는 가정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어떤 위협도 막고, 필요한 경우 물리칠 것이며, 북한이 어떤 적대적 행위를 하더라도 효과적이며 압도적인 대응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동맹국을 공격하면 미사일 격추를 위해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이 대북 정책에 있어 외교적 노력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군사적 옵션이 분명히 준비되어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매티스 장관과 (내가) 밝히는 대북 접근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라며 더 이상 미국의 대북 원칙을 오해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중국, 일본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배넌의 ‘주한미군 철수 협상 고려’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한반도에서 미군을 줄이거나 철수하는 논의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라며 단호히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21일 시작되는 한미군사훈련을 취소할 계획이 없다”고도 확인했다. 뉴욕타임스는 “배넌과 던퍼드 합참의장의 모순된 발언들이 미국의 대북전략에 대한 동맹국들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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