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 시기를 2017년에서 2021년으로 4년 유예한다는 법무부 발표를 두고 후폭풍이 커지면서 8일 관련자 문책론이 거론돼 주목된다.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검사장급 인사가 잠정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앞서 3일 관계기관 사전 조율도 없이 사시폐지 4년 유예를 사실상 일방적으로 발표해 비난을 받았다. 법무부는 이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집단자퇴 파문이 일자 하루 만에 “사시 폐지 유예는 의견일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로스쿨 교수들의 사시 출제거부와 고시생들과 로스쿨생들의 삭발식, 1인 시위, 형사고발까지 사태가 계속 악화하면서 문책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안이하게 대처한 관계자가 책임을 져야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사태가 더 나빠지면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있는 건 맞다”고 전했다.
사시폐지 유예 안을 애초 기획한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대검과 법무부 주변에서는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발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지만, 어느 쪽 의중이 더 컸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김 차관의 경우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시폐지 유예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외견상 책임론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상민 위원장은 발표 전날인 2일 김 차관이 사시폐지 유예 발표 내용을 미리 전달하자 “관계기관 조율을 더 거쳐야 한다”고 만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와 법무부 안팎에서는 어느 선에서, 어떤 식으로 책임을 져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의 이번 사안 보고라인은 법무실장, 차관, 장관이 꼽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실무부서 책임자인 법무실장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윗선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누가 책임질 지는) 판단의 문제만 남았다”고 전했다. 법무부 내부에선 이번 사태를 주도하지 않은 봉욱 법무실장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반대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사안을 법무부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한 것으로 믿기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청와대를 겨냥했다.
이번 사태는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에 따라 조만간 단행될 검사장 인사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차관은 서울중앙지검장 후보 1순위로 꼽혔으나, 이전에 비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는 금주 중 검사장 인사를 단행하려 했지만 사시폐지 유예 파동으로 이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자 사태를 수습한 후 인사를 단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은 “책임론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검사장 인사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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