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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트럼프의 미북회담 결단과 한미회담

입력
2018.05.18 10:4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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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북미 간의 ‘세기의 대화’를 앞두고 한반도는 평화 정착과 남북경협 가능성 확대로 분위기가 고무됐다. 그래서 22일의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세기의 대화를 전격 수용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의 대화 구상과 진의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선행된 남북회담에서 얻은 우리의 퍼즐과 맞춤으로써 북미회담 이후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북미 분석 방식은 일부 인사의 근거 없는 예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북미대화가 성사되면 한미군사훈련(독수리훈련)의 연기나 축소 여지가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이 예언처럼 들렸던 이유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외교적 결단에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있음을 무시한 것이다.

왜냐면 트럼프는 우리에게 다혈질로 격에 맞지 않는 변덕스러운 언변을 일삼는 인물로 연상된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북핵 해결을 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인격모독의 설전을 펼쳤고 전쟁위협도 불살랐다.

북한 도발에 그는 사상 최강의 제재를 국내외에서 이끌어 내는 기량도 선보였다. 그러다가 북미회담을 전격 수용하는 반전도 보였다. 그의 결단은 결코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고도의 전략적 계산의 결과였다.

트럼프의 북미대화 결단은 두 개의 전략적 사고에 출발한 것이다. 하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이고 하나는 이에 근거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전술에 대한 믿음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과거 미 행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이들의 전략적 의미는 과거 미 행정부의 전철을 복습함으로써 알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면교사는 1990년대 초의 첫 번째 북핵 위기사태다. 당시에 만연했던 선제타격설, 전쟁위협과 고위급회담의 제안 등이 오늘날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2차 북핵 위기의 차이점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사태가 다뤄진 사실이다.

90년대 초 미국의 전략은 강한 제재 대신 회유책이었다. 제재(채찍) 대신 보상(당근)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적극 임하게 유도하는 것이었다. 북한 유도의 미끼는 한미합동훈련(팀스피리트)의 중단과 고위급회담이었다. 북한은 과거 군사훈련을 빙자해 남침한 이력 때문에 한미군사훈련을 두려워한다. 고위급회담은 북한이 인정받기 위한 책략이다.

당시 미국이 채찍보다 당근에 의존한 이유는 전쟁 회피를 위함이었다. 그러나 북미 간의 강한 불신으로 상호주의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클린턴 행정부는 94년 선제타격을 결정했다. 이는 카터 전 미 대통령의 중재로 무산되었고 그해 9월 제네바 합의서가 만들어졌다.

트럼프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다. 경영의 귀재인 그는 과거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잘 활용할 줄 안다. 북핵 문제에서 그만의 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패키지딜과 유화책’에 강한 제재와 선제공격의 위협을 추가한 것이다. 한미합동훈련의 중단과 규모 축소가 최고의 미끼임도 습득했다. 거침없는 그의 압박은 북한의 전술적 변화를 유발했다.

트럼프가 시종일관 강한 압박을 견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북한의 핵탄두 개수에 집착한 나머지 반격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태도 변화는 상대를 제압하는 최고의 무기는 강한 자금 동원력이라는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의 전략적 사고에 근간한 것이다. 막강한 미국의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은 그의 신념을 보증했다.

트럼프의 대북 패키지딜은 투자 등이 가미되면서 과거보다 구체화되었다. 이번 한미회담에서 우리는 남북경협사업 구상이나 신북방경제의 개연성과 연계성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상 교착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의 강한 제재나 군사적 대응 재고에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한미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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