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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북핵 방정식이 달라졌다

입력
2017.03.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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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의심스러운 미국의 동북아 인식

미국 우선주의, 북핵 문제에도 예외 아냐

북핵 해법, 한반도라는 좁은 틀 벗어나야

한때 국내에서 코너스톤, 린치핀 논란이 있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 때였다. 한미동맹을 린치핀으로, 미일동맹을 코너스톤으로 미국이 비유했는데, 둘 중 어느 게 더 중요하냐는 것이었다. 주춧돌로 해석되는 코너스톤은 네 개이고, 린치핀은 바퀴 하나에 두 개뿐이니 린치핀이 더 좋은 거 아니냐는 자가당착적 해석도 나왔다. 연인 사이도 아니면서 미국을 놓고 구애 다툼을 벌이는 것도 우습지만, 우리가 일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자체가 뭘 모르는 발상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물론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한일관계 때문이다. 과거사, 안보 등에서 한국을 무시하고 독선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기 때문이다. 한일 간에 역사 분쟁이 나면 워싱턴이 외교 전쟁터가 되는 것도 받아들이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일본은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한국은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다. 동북아의 두 핵심 동맹국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동맹과 파트너는 코너스톤이나 린치핀 논란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열관계가 뚜렷하다. 자체로는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가치에 대해 과거에는 외교적 수사로 얼버무리려 했던 미국이 노골적으로 선을 긋고 나섰다는 점이다. 국무부가 뒤늦게 봉합하는 성명을 내긴 했지만, 이번 순방에서 미국이 한일에 던진 가장 중요한 시그널임에는 틀림없다.

만찬 논란도 마찬가지다. 일본 중국에서는 아무 문제없던 만찬 일정이 유독 한국에서만 불협화음을 일으킨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측에서 ‘소통 문제’라고 했지만, 구차하다. 의혹만 부추긴 틸러슨 장관의 해명 역시 한미 간에 뭔가 불편한 기류가 있지 않고서야 외교관행에도 어긋나는 그런 무례한 발언이 나올 리 없다.

표현이나 의전 문제는 부차적이라 하더라도, 틸러슨 장관의 한국에서의 발언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애초 그의 순방은 ‘경청외교’ ‘조율외교’가 될 거라고 했다. 미국이 뭔가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을 염두에 둔 해석일 것이다.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는 이런 기조가 지켜졌다. 그런데 한국에 오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핵 포기 이전까지 북한과 대화는 없다”는 등 강성발언을 쏟아 냈다. 사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으로 가는 기내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의 발언은 다음 방문국인 중국에서의 저자세 행보로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에서 했던 ‘대화불가론’‘사드 보복 유감’‘대북제재 압박 주문’등은 중국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왜 서울에서만 그랬을까.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미국의 최대 위협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 본토가 타격 조준선 안에 들어 있다는 것 자체가 악몽이다. 트럼프정부가 연일 신경질적으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는 것도 북핵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괴멸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에도 대북 선제공격 발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북핵의 우선순위가 한국이 아닌 미국임을 말해 준다. 북핵에도 미국 우선주의라고 해야 할까.

집권이 유력시되는 한국 야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 야당의 인식범위라야 한반도가 전부이지만 자신의 안위까지 걱정해야 하는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사드나 북핵 해법에서 우리와 셈법이 같을 리 없다.

북핵 문제는 남북한, 동북아를 넘어선 문제가 됐다. 그 자체로 한미의 조율이 쉽지 않다. 여기에 근본적 해법이 틀린 야당이 집권한다면 한미관계는 어떻게 될지, 과연 우리 외교는 생존할 수 있을지 심각히 자문해야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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