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침묵 모드 깨고
‘아이들 행복’정책 프로젝트 발표
영부인 정치 본격 나설 채비
각방 쓰면서 독립적 일정 소화
특검 등 이슈에 남편과 다른 입장
이방카 능가하는 존재감 기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48) 여사가 홀로서기에 나선다. ‘아이들의 행복’이란 주제를 토대로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를 띄우면서다. 최근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71) 대통령의 잇따른 성 추문에 침묵하던 멜라니아가 영부인 정치를 본격화하며 독립 선언에 나선 모습이다.
CNN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멜라니아가 7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영부인으로서 이끌어갈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남편 옆을 지키며 박수만 쳤던 들러리 역할이 아닌 단상 가운데 주인공으로 서서 ‘멜라니아 정치’를 알리는 일종의 출정식인 셈이다.
공식 타이틀은 나오지 않았지만 평소 멜라니아가 관심을 기울여왔던 아동 복지 증진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이슈가 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멜라니아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역대 영부인들이 한 가지 이슈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멜라니아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 다음 세대에게 도움을 주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3년 또는 (재선 시) 7년이 될 업무를 공식화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역대 백악관 안주인들은 남편을 대신해 자신만의 정책 프로젝트를 발표, 사회적 캠페인으로 발전시켜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바른 식습관으로 아동 비만을 퇴치하는 ‘렛츠 무브(Let's Move)’를 자신의 브랜드로 삼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는 교사 출신답게 전국 도서 축제를 개최하는 등 문맹 퇴치와 독서 교육 증진에 힘 썼다.
최근 멜라니아는 남편의 성 추문에도 아랑곳 없이 활동 반경을 넓혀 가고 있다. 숨어 있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대내외적 역할을 차분하게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최근 남편 대신 참석한 바바라 부시 여사 장례식에서 남편이 평소 독설을 퍼붓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등과 자연스럽게 친교를 다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멜라니아가 남편과 선 긋기에 나서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전ㆍ현직 관계자들을 인용해, “두 사람이 이미 각방을 쓰고, 식사도 따로 할 뿐 아니라 자유시간에도 만나지 않는 등 독립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멜라니아가 이스트윙(영부인 사무실)과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 사이에 사실상 벽을 세웠다. 멜라니아는 웨스트윙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오죽하면 워싱턴에는 “멜라니아가 백악관 밖에 살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 정도다.
사생활뿐 아니라 멜라니아는 공적 이슈에서도 남편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말 백악관 만찬에서 멜라니아가 남편에게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는 뮬러 특검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무죄가 될 것”이라며 일축했다지만, 이는 멜라니아가 쓴 소리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남편은 매일 야당 정치인과 언론을 상대로 막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멜라니아는 지난 3월 사이버 언어 폭력과 왕따 예방 문제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 임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미국 언론은 멜라니아가 적극적으로 국정에 개입하는 참여형 영부인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도 감추지 않고 있다. WP는 “이방카가 정책 조언부터 해외 순방까지 ‘퍼스트 도터’로 각광 받았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대신 멜라니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서도 멜라니아는 훌륭한 선거 파트너다. 지난 1월 CNN 여론조사에서도 멜라니아는 47%의 지지도로 남편(40%)보다 높았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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