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이번 주중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버티기’ 모드를 취하자 수사팀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참고인 신분이어서 강제 구인이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조사가 이뤄지도록 공세의 고삐를 조이려 하는 모습이다.
일단은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변호인 등의 창구를 통해 박 대통령을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방법과 절차대로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어떻든 간에 헤쳐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재경지검의 다른 부장검사도 “여론의 힘이 있으니 계속해서 조사를 받아달라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건의 중요성으로 볼 때 이 시점에서 서면조사는 너무 한가한 소리라 수사팀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전망했다.
검찰이 피의자든 참고인이든 조사일정을 정할 땐 어차피 양측의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는 법이어서 이번 경우를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조사날짜 조율 과정의 신경전은 일반적으로 노출이 잘 안 되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는 사건이 너무 커서 공개가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당분간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할 경우 ‘참고인 중지’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사건의 실체 파악에 중요한 핵심 참고인에 대한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일단은 수사를 더 진행하지 못할 때 취해지는 처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가 안 돼 중지하는 경우는 수사에서 대단히 많다”며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수사팀 내 일부에선 “차라리 피의자로 전환해 버리자”는 초강경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선 형사소추가 불가능한 만큼,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때까지만 시한부로 기소중지를 하자는 것이다. 이날 일부 언론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 박 대통령 혐의의 증거가 다 있다. 박 대통령이 조사에 계속 불응하면 일부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언급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팀 내에서 나온 말이 절대 아니며, 다른 검찰 고위 간부가 그런 말을 했다고 믿고 싶지도 않다”며 거리를 두면서도 적극적으로 오보 대응을 하진 않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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