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 A군은 지난해 같은 반 학생 B군과 C군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BㆍC군은 A군을 놀리면서 책상을 흔들거나 손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했고, 소리를 지르거나 일부러 시야를 가리며 놀리기도 했다.
이 학교 학교폭력자치대책위원회(자치위원회)는 BㆍC군에게 ▦피해학생 접촉금지 ▦특별교육 ▦출석정지 3일 ▦보호자 특별교육 등의 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피해학생 부모는 징계가 너무 가볍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지역위원회)는 기존 징계에 BㆍC군의 학급 교체를 추가했다.
그런데 교내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자치위원회에 참가하는 학부모 위원(5인 이상 10인 이하) 과반수는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돼야 하고, 전체회의 선출이 어렵다면 학급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돼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학급 대표’가 아닌 ‘학년 대표’가 모여 학부모 위원을 선출했다.
이 정도의 절차상 하자 때문에, BㆍC군이 받은 징계까지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법원은 징계가 정당하려면 절차까지도 완벽하게 정당해야 한다는 ‘절차적 정의’ 손을 들어 줬다. 가해학생 징계는 법원에서 취소됐다.
22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BㆍC군이 징계를 “취소해 달라”고 소속 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해당 학생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자치위원회 구성은 절차대로 이뤄져 민주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라며 “자치위원회가 적법 절차에 따라 구성되지 않은 경우, 그것에 따른 학교장 조치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열린 지역위원회의 추가 징계 역시 “자치위원회의 적법하지 않은 조치에 따른 추가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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