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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노란 리본... 콜드플레이의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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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노란 리본... 콜드플레이의 묵념

입력
2017.04.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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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인 크리스 마틴은 15~16일 공연 내내 태극기를 몸에 걸치고 노래했다. 현대카드 제공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인 크리스 마틴은 15~16일 공연 내내 태극기를 몸에 걸치고 노래했다. 현대카드 제공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1집 타이틀곡 ‘옐로’를 연주하다 공연을 갑자기 멈췄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자.” 보컬인 크리스 마틴의 말에 무대의 스크린 세 개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의 노란색 리본이 나란히 떴다. 10초간 정적이 흘렀고, 콜드플레이 멤버들과 관객들은 함께 묵념했다. 후렴구에 이르자 곡명에 맞춰 조명에서 노란색 빛이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꼭 3년이 되는 날 밤에 펼쳐진 풍경이라 애틋함을 더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16일 공연에서 스크린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이 담긴 노란색 리본을 스크린에 띄웠다. 현대카드 SNS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16일 공연에서 스크린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이 담긴 노란색 리본을 스크린에 띄웠다. 현대카드 SNS

이 곡이 한국에서 각별한 이유를 콜드플레이도 알고 있었다. 15일 국내 취재진과 만난 마틴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짜까지 직접 언급하며 “(세월호 3주기에) ‘옐로’를 부르고 추모 무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치유의 무대는 이어졌다. “빛이 널 집으로 인도할 거야.” 마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큰 슬픔에 빠진 이를 위로하는 ‘픽스 유’를 불러 다시 한번 한국 관객을 어루만졌다. “한국의 슬픔에 공감하며 ‘픽스 유’를 연주하겠다”던 콜드플레이와 관객들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밴드 콜드플레이의 히트곡 ‘옐로’ 무대로 잠실벌이 ‘노란 세상’이 됐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더 큰 울림을 줬다. 콜드플레이 SNS
밴드 콜드플레이의 히트곡 ‘옐로’ 무대로 잠실벌이 ‘노란 세상’이 됐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더 큰 울림을 줬다. 콜드플레이 SNS

이 무대를 지켜 본 직장인 김민수(35)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봤다”고 말했다. “오오오오오오~” 콜드플레이와 관객들은 ‘비바 라 비다’를 함께 부르며 혁명과 새 시대를 노래하기도 했다. ‘비바 라 비다’는 프랑스혁명을 소재로 한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모티프로 권력에서 밀려난 왕의 비참한 최후를 담은 노래다. 콜드플레이의 내한 무대는 대통령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국내 시국에 희망을,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슬픔에 빠진 이들엔 위로를 전하며 큰 울림을 줬다. 드러머인 윌 챔피언은 ‘비바 라 비다’가 한국에서 ‘탄핵 찬가’로 거리에 울려 퍼진 것에 대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밴드 콜드플레이이 네 멤버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강남구가 만든 조형물에서 사진을 찍고, 민속촌을 찾아 한국을 즐겼다. 현대카드 제공
밴드 콜드플레이이 네 멤버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강남구가 만든 조형물에서 사진을 찍고, 민속촌을 찾아 한국을 즐겼다. 현대카드 제공

신기술과 자연주의의 조화… 공연 연출의 혁신

2000년 데뷔 음반을 내고 1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밴드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에브리 티어드롭 이스 어 워터 폴’, ‘인 마이 플레이스’ 등 20여 곡에 이르는 히트곡 퍼레이드에 관객들의 함성은 두 시간 공연 내내 끊이지 않았다. 마틴은 환호하는 관객을 향해 “세상에 가장 놀라운 관객”이라며 감탄했다. 마지막 곡 ‘업 앤드 업’을 마친 그는 무대 중앙에 놓인 태극기에 입을 맞추며 한국 팬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틴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한 ‘한국송’을 불러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단연 돋보였던 건 공연 연출이었다.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미국 유명 화가 잭슨 폴락의 그림을 보듯 화려했고 역동적이었다. 무지개처럼 7가지 색을 활용한 조명과 레이저 그리고 무선신호로 작동하는 자일로밴드에 쏟아져 나온 빛으로 공연장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었다. 신기술(자일로밴드)과 살아있는 꽃을 무대 곳곳에 배치한 자연주의적 무대 연출은 신비로웠고, 몽환적이었다.

밴드 콜드플레이는 데뷔 1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보컬인 크리스 마틴은 뒤늦게 한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17년 동안 리허설을 하느라 늦었다"고 농담했다. 현대카드 제공
밴드 콜드플레이는 데뷔 1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보컬인 크리스 마틴은 뒤늦게 한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17년 동안 리허설을 하느라 늦었다"고 농담했다. 현대카드 제공

런던에서 성사된 추가 공연... 새로 쓴 내한 공연 흥행사

콜드플레이는 내한 공연의 흥행 역사도 새로 썼다.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에 따르면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열린 공연에 10만명이 몰렸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이틀 동안 공연이 열리고, 티켓까지 모두 팔린 사례는 해외 음악인 중 콜드플레이가 유일하다. 콜드플레이는 밴드 롤링스톤스와 U2, 팝스타 마돈나와 함께 국내 음악 팬들이 내한 공연을 가장 기다려왔던 ‘해외 아티스트 빅4’ 중 한 팀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보컬을 맡은 마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다른 가수 초청을 미루고 콜드플레이 섭외에 ‘올인’해 어렵게 공연을 성사시켰다.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을 당초 1회에서 2회로 늘리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현대카드 측은 콜드플레이의 추가 공연 성사를 위해 지난해 영국 런던으로 가 밴드 측을 설득했다.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와 함께 ‘몸값’ 높기로 유명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섭외비는 팬들의 열광과 비례한다. 국내 공연 기획 관계자들에 따르면 콜드플레이의 해외 1회 공연비는 20억원대로, 이번 내한 공연 출연료(2회)로 최소 30억원으로 추정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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