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선배님이 그랬던 것처럼 저는 신태용 감독님 품에 안길래요.”(이승우)
“황선홍 감독님의 첫 골이 대단했어요. 이번 대회 첫 골은 제가!”(백승호)
‘한국 축구의 미래’ 백승호(20)와 이승우(19)의 포부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B(2군),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후베닐A(유소년 최고 단계) 소속이라 ‘바르샤 듀오’로 불린다. 백승호는 패스 감각이 뛰어나고 시야가 넓어 세계적인 미드필더 안드레 이니에스타의 후계자로 꼽힌다. 이에 반해 폭발적인 돌파와 스피드를 자랑하는 이승우의 별명은 ‘코리안 메시’다. 5월 20일 한국에서 개막하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두 선수를 26일 전주 시내 한 호텔에서 동반 인터뷰했다.
대한민국이 ‘붉은’ 물결로 물들었던 2002년, 백승호는 여섯, 이승우는 다섯 살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라 월드컵 4강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하이라이트 영상을 수도 없이 봐서 감동은 생생하다. 이승우는 박지성(36ㆍ은퇴)이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6강을 확정 짓는 결승골을 터뜨린 뒤 거스 히딩크(71) 감독의 품에 안긴 장면을 첫 손에 꼽았다. 개성 넘치고 활달한 끼의 소유자답게 그는 “제자가 (품에)안기면 신태용 감독님도 좋아하시겠죠?”라고 웃으며 “골 넣으면 감독님 품으로 뛰어 들겠다”고 약속했다. 백승호는 황선홍(49ㆍFC서울 감독)이 폴란드전에서 터뜨린 한국 팀의 첫 골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을용(42ㆍ청주대 코치)의 패스를 감각적인 왼발로 돌려놔 세계적인 골키퍼 예지 두덱(44)을 꼼짝 못하게 만든, 4강 신화의 서막을 알린 득점이었다. 백승호는 “몇 번을 봐도 너무 멋지다. 이번 대회 첫 골은 내가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범근(64)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경기에 나설 후배들에게 “그라운드에서 미쳐 달라”고 주문했다. 열정 넘치는 플레이를 해 달라는 의미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운동장 안에서 모든 걸 쏟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우는 “축구가 얼마나 재미있고 멋진 스포츠인지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백승호도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경기장에)와 주시면 우리도 신나게 볼을 차겠다. 응원 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회 목표를 묻자 둘은 입을 모아 “우승”이라고 답했다.
백승호는 “목표를 높게 잡아야 그 곳까지 간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결승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승우 역시 “승호 형과 같은 마음이다. 우리가 쉬운 조는 아니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8강까지 가면 결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은 ‘아프리카 복병’ 기니, ‘영원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죽음의 조에 속했다. 지난 3월 15일 조 추첨식에 참석했던 ‘축구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57)는 자신의 조국 아르헨티나가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하자, 미소 짓기도 했다.
백승호는 “마라도나가 웃는 걸 보고 솔직히 ‘욱’했다. ‘축구’하면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아니냐. 정면 대결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승우는 “잉글랜드가 유럽 최강이라 한 조가 되지 않길 원했다. 하지만 우승하려면 어차피 다 만나야 할 팀이다. 어려운 팀을 먼저 이기고 올라가면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둘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마라도나님, 그 웃음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