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文측 “기권 입장 이미 정해 北에 물어볼 이유 없어… 宋장관이 왜곡”

알림

文측 “기권 입장 이미 정해 北에 물어볼 이유 없어… 宋장관이 왜곡”

입력
2016.10.17 04:40
0 0

宋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北에 직접 의견 확인 제안”

金 전 원장 “그런 사실 없다” 반박

백종천 전 안보실장이 전했다는 ‘北 반응’ 쪽지도 실체 엇갈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2007년 3월 청와대 행사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함께 있는 모습.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2007년 3월 청와대 행사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함께 있는 모습.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두고 노무현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 입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봤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이미 기권 입장으로 정리한 상황이어서 북측에 물어볼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북한에 기권 입장을 통보해주고 그 반응을 취합한 것을 북한 의견을 물어봐서 결정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게 문 전 대표 측 주장이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도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가세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 쓴 대로”라며 문제가 된 내용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2007년 11월 20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하기 위한 회의가 11월 15일, 16일, 18일 세 차례 열렸다. 회고록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한 것은 18일 열린 3차 회의 때였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더민주 의원은 “대통령 주재로 열린 16일 회의에서 기권 입장으로 최종 결정됐다”며 “기권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18일 회의에서) 북에 다시 물어보고 결정하자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송 전 장관도 회고록에서 18일 회의에 참석하니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적었다. 다른 참석자들은 ‘기권 입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송 장관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18일 3차 회의가 열린 것은 송 전 장관이 2차 회의 뒤 ‘마지막 호소문’을 올리기로 결심하고 A4 용지 4장의 서한을 대통령에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은 18일 3차 회의의 성격과 결정 내용, 문 전 대표의 역할이다. 이 회의에서 찬성 입장을 재차 주장하며 북한의 반발을 너무 우려하지 말라는 송 전 장관의 얘기에 국정원장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는 게 회의록 내용이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인 이재정 전 장관은 본보 통화에서 “북한의 답이 뻔한 상황에서 북한에 물어보고 하자는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제안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김 전 원장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오히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국가기밀누설죄에 해당된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김경수 의원은 ‘18일 회의’에 대해 “(기권 입장을) 외교부가 반발하니, 송 장관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접촉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도 ‘18일 회의’에 대한 시각 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장관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을 두고 북한에 사전 의사 타진하는 것으로 본 반면, 이미 결정된 기권 입장을 북한에 통보한 것이란 게 김 의원 주장이다. 김 의원은 “당시 남북 대화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이런 이슈를 알려주기도 하는, 통상적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송 전 장관은 회의 주재자로서 북한의 의견을 확인하자는 결론을 낸 인물로 묘사했으나, 김 의원은 “당시 회의 주재자는 백종천 안보실장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은 “문 전 대표는 15일 1차 회의 때는 북한 인권 결의에 찬성을 했다가 다수가 기권 입장을 내자 그 결론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3차 회의 이틀 뒤인 같은 해 11월 20일 싱가포르의 대통령 숙소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이 북한 측 반응이라며 건넸다는 쪽지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는 내용의 북한 반응이 담겨 있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안보실장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안보실에서 전체 취합된 정보를 정리해서 보고하지, (쪽지) 한 장 들고 와서 보고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북한 반응과 각국 동향을 함께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당시 노 대통령이 “북한에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 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송 장관을 배려하고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통령의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