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기자

등록 : 2017.05.18 04:40
수정 : 2017.05.18 04:40

“시민군이 먼저 발포했다”는 거짓… 5.18 왜곡 그만

등록 : 2017.05.18 04:40
수정 : 2017.05.18 04:40

“북한군 특수부대 침투 폭동”

“유공자 자녀 공무원 싹쓸이”

근거 없는 왜곡 여전히 유통

1980년 광주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무력 진압하는 모습. 황종건 촬영.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주시청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정말 5ㆍ18 유공자 자녀들은 공무원시험에서 가산점이 붙나요,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자녀들이 공무원시험을 보거나 대기업에 입사할 때 10% 가산점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따지기 위해 전화한 공무원시험 준비생이었다.

광주시에 따르면 4월부터 이런 항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걸려와 업무가 힘들 정도다. 발단은 ‘공부하면 뭐하냐? 5ㆍ18유공자의 귀족생활’ ‘10% 가산점 받는 금수저, 5ㆍ18유공자 귀족대우’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이었다.

올해로 37주년을 맞는 5ㆍ18민주화운동이 일부 세력의 왜곡으로 상처받고 있다. 이미 정부가 민주항쟁으로 인정했고, 관련 기록물 모두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역사 왜곡과 허위 정보가 여전히 유통되는 실정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5ㆍ18기념재단이 4월 한 달간 성인 1,000명과 청소년 1,14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와 가치가 인터넷 공간에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5ㆍ18에 대한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담은 5ㆍ18특별법 개정에 대해 10명 중 7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는 ‘당시 시민군이 먼저 발포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시 11공수여단장 최웅씨 등 공수부대 관계자들이 “5월 21일 오후 1시30분에 시민군이 먼저 총격을 가해 자위권 행사의 일환으로 발포를 했다”는 증언을 기초로 하고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침투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허위 주장도 꾸준히 떠돈다.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수개월 전부터 당시 유행하던 장발 스타일을 하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우리 군이나 시민군으로 위장해 서로 총을 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탄핵 반대 세력을 중심으로 ‘5ㆍ18 유공자 자녀 공무원 시험 싹쓸이’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전단으로 제작돼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모여있는 서울 노량진과 주택가 등에 집중적으로 뿌려졌다.

세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니다. 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 조사 결과, 최초 발포는 5월 21일 0시 계엄군이 광주역 앞에서 했다. 다음 발포도 계엄군이 했는데, 5월 21일 낮 12시쯤 전남대 앞, 오후 1시쯤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였다. 북한군 개입설은 심지어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 1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보고를 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전혀”라고 답할 정도로 근거가 없다. 올해 1월에는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은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 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정보 분석한 기밀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5ㆍ18 유공자 공무원 싹쓸이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2016년 국가 채용시험에서 취업지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보훈대상자(85만4,356명) 중 5ㆍ18 유공자(4,225명)는 0.5% 남짓이다. 뿐만 아니라 유공자 가산점으로 합격할 수 있는 수는 전체의 30%에 불과해 원칙적으로 싹쓸이가 불가능하다. 그 동안 가산점을 받아 국가기관 등에 취업한 3만2,751명 중 5ㆍ18 유공자는 391명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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