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0만弗 김여사측 女행정관에 전달
돈 통로는 나와 김백준… 서로 몰랐다”
“나는 윗선에 보고” 누구인지는 안 밝혀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향해 전방위로 전개되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주변과 연락을 끊고 침묵하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그는 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B 관련 검찰 수사 ‘키맨’으로 떠오른 김 전 실장은 19일 한국일보와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은 그 분(MB)밖에 없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 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 때 모셨던 분에게 비수를 꽂는 것 같지만, 청와대가 특활비를 받는 것이 과거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눈높이가 달라진 국민들이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국회의원 초선이던 이 전 대통령 의원실에 6급 비서관으로 채용된 뒤 대통령 재임 시절을 포함해 15년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이 전 대통령 분신이자 걸어 다니는 일정표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실장은 MB정부 시절인 2012년 솔로몬 저축은행으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3개월을 선고 받았고, 이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특활비 MB청와대 상납 수사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있는 그대로를 사실대로 얘기했다”며 “이미 검찰 수사가 탄탄하게 진행돼 있어 부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MB청와대 근무 당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미화 10만달러(1억원가량)를 건네 받아 2011년 방미를 앞둔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특활비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통로가 있고, 제 통로가 있는데 서로 간에 몰랐다”고 했다. 다만, 윗선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는 “저 같은 경우는 그렇다”고 했다. 윗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국정원에서 받은 돈을 김윤옥 여사 측 여성행정관에게 직접 줬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 돈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받았다거나 강현희 전 제2부속실장에게 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추측이라면서 “강 전 실장은 아무 상관 없는 분이고, 1ㆍ2부속실에서 이걸 아는 분은 아무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윤옥 여사가 국정원 돈으로 명품 구입을 했다는 진술을 했다는 여당 의원 주장에 대해 “검찰에서 물어보지도 않았으며, 나는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저축은행 사건 이후 MB와 관계가 틀어져 검찰에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는 설과 관련해선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아내 상 당했을 때 부속실 직원들이 3일 내내 와서 도와주셔서 위로 받았다. 당시 청와대에 누를 끼치고 나온 사람이라 고맙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출소 후 MB와 면담을 요청한 적도, 사면을 기대한 적도 없었다고도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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