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 청년 수브헤 아부 칼리파(19)는 자국 여성이 유대인 남성을 찌른 뒤 경찰 총격에 사망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영상을 밤새 돌려봤다. 검은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가리개)을 두른 영상 속 여성은 무릎을 꿇은 채 여러발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이튿날, 칼리파는 회사로 출근하는 대신 전날 사둔 칼을 들고 예루살렘 올드시티 경찰본부 근처로 향했다. 그는 유대인 청년을 향해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경찰에 붙잡혔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최근 고조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앞선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 이스라엘 투쟁)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고 보도했다. 조직화된 지령에 따라 움직였던 2000년 2차 인티파다 때와 달리, 칼리파 사례처럼 자발적으로 이스라엘인 공격에 나서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SNS를 통해 분노를 키운 뒤 공격을 감행한다.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이 서로를 공격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떠도는가 하면 칼과 같은 소형 무기 사용법이 널리 공유되는 중이다. ‘#예루살렘 인티파다’ ‘#칼의 인티파다’ 등 해시태그 물결도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연구사인 레반틴그룹의 다니엘 니스만 회장은 “최근 잇따르는 사건은 ‘전염성’을 가졌다”며 “이스라엘인을 죽인 사람이 SNS에서 찬양을 받고, 이는 다른 이의 공격을 자극하는 식으로 되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유혈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부 당국은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다. 한 이스라엘 치안 당국자는 NYT에 “용의자 대부분이 잘 알려진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고 전과도 없다”라며 “사건 당일 아침에서야 공격을 결심한 이들이 대다수이고 기껏해야 하루 이틀 고민하기 때문에 범죄를 ‘사전 예방’할 기회는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오릿 퍼로브 연구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 정부가 최근 몇 달 동안 온라인 선동가들 수백명을 체포했지만 그리 효과를 보고 있지는 않다”며 “온라인 사이트 자체를 폐쇄할 수 없는 데다, 폐쇄한다 하더라도 곧장 다시 신설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SNS 운동을 통해 거리로 나서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모습이 ‘아랍의 봄’ 당시 민주화 운동을 벌이던 중동 젊은이들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사태가 곧 ‘3차 인티파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마이클 헤르조그 전 이스라엘군 전략담당국장은 더 타임스를 통해 “아랍의 봄 당시 목격된 현상이 팔레스타인 사회까지 퍼졌다”며 “이들에게 SNS는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도 ‘스마트폰 인티파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SNS 접근성이 팔레스타인 내부의 분노를 가열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