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은영 기자

등록 : 2016.04.12 16:32
수정 : 2016.04.13 01:11

'태양의 후예' 용두사미 드라마 전락

[까칠한 talk] "영상미도 완성도도 사전제작 장점 안 보인다"

등록 : 2016.04.12 16:32
수정 : 2016.04.13 01:11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는 방송 초반 사전제작과 스타작가의 협업, 신데렐라 없는 로맨틱 코미디 등 여러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았으나 간접광고(PPL)와 개연성 없는 이야기 등으로 비판 받고 있다. KBS 제공

방송 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태후)의 최근 방송을 보면 ‘과연 그런가’라는 물음표가 절로 떠오른다.

총에 맞아도 쉬 죽지 않는 유시진(송중기) 대위를 보고 ‘불사신’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막장 드라마’ 못지 않다는 힐난도 나온다. 홍삼과 중탕기, 자동차 등 화면을 가득 채운 간접광고(PPL) 때문에 ‘드라마가 아닌 60분짜리 광고’라는 이죽거림까지 들려온다.

‘태후’는 방송 초반만 해도 국내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데렐라나 캔디 같은 여인을 내세우지 않고 전장에서 피어나는 남녀의 사랑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스타일과 고집을 버린 스타작가의 협업 시도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도전적인 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겼으니 박수 받을 만도 했다. 하지만 방송 10회를 넘기면서 극적 긴장감은 사라졌다. 군인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섬세한 묘사도 찾을 수 없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었던 ‘태후’가 ‘용두사미 드라마’로 전락하고 있다. 14일 종방하는 ‘태후’를 이리저리 뜯어봤다.

라제기기자(라)=“방송 초기와 달리 ‘태후’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조아름기자(조)=“재미는 있었지만 몇 가지 허술한 부분이 거슬렸다. 군대가 이제 비밀스러운 곳이 아닌데도 이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아쉬웠다. 남자 시청자들이 사실성이 떨어진다며 이의를 제기할 만도 했다.”

양승준기자(양)=“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를 짜깁기하는 듯했다. 가령 배경이 우르크에서 서울로 바뀐 뒤 북한군이 갑자기 등장한 장면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총을 맞고 병원에 입원한 유시진 대위가 심정지가 된 상태에서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걸어 다니기도 했다. 전체 맥락상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가 펼쳐져 아쉬웠다.”

강은영기자(강)=“사전제작 드라마가 지상파 방송에서 시청률 30%를 넘긴 점, 새로운 형식의 로맨틱코미디를 선보인 것, 중국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드라마로 성공한 점 등은 칭찬할 만하다.”

양=“사전제작의 장점을 찾을 수 없다. 사전제작이라면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주던가 만듦새가 좋다거나 해야 하는데, ‘태후’는 그렇지 못했다. 영상이 아름답다 생각했던 적은 딱 한번이다. 등장인물들이 우르크 밤 하늘의 별빛을 볼 때였다. 드라마의 구성도 촘촘하지 않아 완성도면에서 사전제작의 장점이 발현된 것 같지 않다.”

라=“‘태후’는 흔히 알고 있는 사전제작과는 다른 듯하다. 사전제작은 완성도가 뛰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과는 별 관련이 없는 듯하다. 영화투자배급사인 NEW(뉴)가 제작하면서 상업영화처럼 얼마나 더 잘 팔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본다.”

‘태양의 후예’는 삼계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상품의 중탕기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장면 등으로 PPL 논란을 일으켰다. KBS제공

양=“시장 상황만 고려한 사전제작이지 그 외에는 사전제작이 지닌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강=“사전제작임에도 간접광고(PPL)을 많이 넣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방송 초반에는 보이지 않던 PPL이 후반에 대량 등장하면서 질타를 받은 건 옥에 티다.”

양=“후반부의 PPL은 도가 지나쳤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도 출연자들이 홍삼을 먹었다. 그런데 윤명주(김지원)와 서대영(진구)은 상용화도 안 된 자동주행 자동차를 광고하고, 송상현(이승준)과 하자애(서정연)는 이야기 전개와 무관하게 자동차 매장까지 가서 특정 브랜드의 차를 고른다.”

강=“자연스럽게 초반부터 PPL 안배를 잘 했어야 했다. 홍삼이나 중탕기, 자동차 등은 PPL로 악명 높은 지상파 일일극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스타작가도 이제 PPL은 피해갈 수 없다 보다. 영향력 있는 김은숙 작가도 PPL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라=“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군국주의가 논란이 되기도 했고, 베트남에선 한 기자에 의해 ‘민간인을 학살했던 한국군을 옹호하는 드라마’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양=“극우적인 요소가 강한 면이 있다. 대통령이 중령에게 ‘우리 국민을 살려줘서 감사하다’며 90도로 인사하는데 낯뜨겁다고 느꼈다.”

라=“레이건 시대에 보수주의 바람이 미국을 휩쓸고 있을 때 등장한 영화가 ‘탑 건’(1986)이다. 미남 배우 톰 크루즈를 공군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전투기 조종사로 내세워 여성 팬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탑 건’은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해 주인공 선정부터 배경 설정까지 세심히 신경을 쓴 대표적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태후’는 너무 상업적이라는 점에서 ‘탑 건’을 떠올리게 한다.”

‘태양의 후예’는 군국주의적 요소가 강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KBS제공

강=“그래도 결말을 둘러싸고 많이들 궁금해 한다. ‘유시진 일병의 꿈이다’ ‘누군가가 죽는 새드엔딩이다’ 등 여러 풍문이 돈다. 결말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막판에 시청률이 더 오를 거 같다. 김 작가의 영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양=“로맨스는 김 작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김 작가의 유치한 듯 달달한 대사는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힘이다.”

라=“강모연이 유시진에게 하는 ‘내가 이제 널 감당할게’라는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낭만적으로 변주해서 풀어낸 거다. 남자 시청자들이 ‘‘태후’에 아내를 빼앗겼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태후’의 최고 수혜자는 송중기 아닌가.”

강=“‘태후’를 논할 때 송중기만 거론된다. 송혜교는 연기적인 측면에서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 듯하다.”

양=“송중기 같은 꽃미남 배우에게 군대는 무덤이라 다름없다. 제대 뒤 예전 역할에 집착하지 않고 남성적인 역할을 택하며 오히려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유시진은 깊은 내면 연기를 필요로 하는 배역이 아니라 연기력을 언급할 수는 없다.송중기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등에서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역을 잘 해냈는데 그런 모습이 유시진과도 딱 맞아 떨어졌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전국지자체평가

많이 본 뉴스

  • 1
  • 2
인터랙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