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우리말 톺아보기] ‘-지 말입니다’

입력
2016.04.07 11:49
0 0

요즘 군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한 편이 화제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쓰는 말투 ‘-지 말입니다’ 역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말투는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유행어가 되었다.

최고의 제품이지 말입니다.

역시 봄에는 꽃구경이지 말입니다.

오늘 일찍 퇴근하지 말입니다.

이 ‘-지 말입니다’는 군대의 화법에서 왔다. 군대에서 해요체를 못 쓰게 하기 때문에 ‘-지요’와 같은 말 대신 ‘-지 말입니다’가 쓰였다는 것이 통설이다. 지금은 그 쓰임이 줄었다고 해도 한동안 군대에서 이 말투가 상당 기간 사용되었다. 이 군대식 화법이 드라마를 통해 일반 사회에 전파되어 일시에 유행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화법의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리말의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다만 유행어는 말 그대로 유행어일 뿐이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또 유행어는 지루한 언어생활에 양념 구실도 하는 장점도 있다. 그러니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 ‘-지 말입니다’의 유행이 잘못된 병영 언어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도 같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국방부는 병영 언어문화 개선 지침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른바 ‘다나까’ 말투만 너무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해요’체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개선 지침이 나온 때가 화제의 드라마 첫 방영일과 같은 날이다.

병을 앓고 나면 건강한 면역력이 생긴다. 그렇듯이 어법에 어긋난 말투 ‘-지 말입니다’의 유행이 뜻하지 않게도 군대의 경직된 언어문화를 치료하는 좋은 약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