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회 때 개정안 시행하기로 합의
공수 바뀐 한국당, 소극적으로 선회
새 정부 연정 안 하면 ‘식물정부’ 우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원내교섭단체 4당이 20일 식물국회의 상징인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는 접근도 못한 채 21대 국회부터 적용키로 하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당장 차기 정부가 대연정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선진화법이 각종 입법 과정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4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회동을 통해 선진화법 개정안의 시행 시기를 21대 국회로 합의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회동 직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 요건을 좀더 명확히 하고 심사기간도 소관 상임위의 경우 현행 180일에서 60일로, 법사위는 현행 60일에서 15일 혹은 30일로 단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패스트 트랙은 상임위 의원 5분의 3이상, 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동의하면 본회의에 바로 법안을 올릴 수 있는 제도로 식물국회의 상징 조항으로 간주돼 왔다. 법안 통과를 위해 180명 이상의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돼도 상임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표결까지는 최대 330일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패스트 트랙은 선진화법의 독소조항으로도 꼽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5월 대선을 앞두고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특히 대선이 현재의 다당제 구도 속에서 치러질 경우, 차기 정부는 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정책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비등했다.
이에 따라 4당이 이날 선진화법 개정의 물꼬를 튼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핵심적인 조항에 대한 개정에 의견을 모으지 못한 가운데 적용시점을 21대 국회로 미루면서 사실상 개정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적용시기를 21대 국회로 정해두는 건 사실상 개정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연정의 불가피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다당제 구조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선진화법 개정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5월 대선에서 어떤 정당 후보가 집권을 하더라도 소수정당이 불가피한 가운데 야당이 개정에 동의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개정안 처리 시기도 굳이 못박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국당 관계자는 “19대 국회 4년 내내 선진화법을 등에 업은 야권의 반대로 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혔는데 무리하게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 집권을 대비해 선진화법 개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과거 야당으로서 개정에 반대했던 전력 때문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대연정이 아니라면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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