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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핵(核)’

입력
2017.05.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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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核)’이란 낱말은 일상어로서는 ‘사물이나 현상의 중심’을 뜻하지만, 과학 및 군사 용어로서는 ‘원자의 중심부를 이루는 입자’나 ‘핵무기’를 뜻한다. 그런데 과학 지식이 대중화되어서 그런지 일상어로서의 ‘핵’보다 과학 및 군사 용어의 뜻을 지닌 ‘핵’을 사용하는 일이 더 많은 듯하다.

‘원자의 중심에 있는 입자’라는 뜻의 ‘핵’과 ‘가족’이 결합한 ‘핵가족’은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뜻한다. ‘핵가족’은 핵심 구성 요소만 갖춘 따라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의 가족이라는 뜻을 명료하게 나타낼 수 있기에 개념상 불명료한 ‘소(小)가족’을 대체하게 되었다.

‘핵무기’라는 뜻의 ‘핵’과 ‘주먹’이 결합한 ‘핵주먹’은 ‘가공할 만한 위력의 주먹’을 뜻한다.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없다는 점에서 ‘핵’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비유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일 듯하다. 그런데 그 비유가 공포를 불러일으켜서인지 ‘핵주먹’은 널리 쓰이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았다.

요즘은 ‘재미’를 줄인 ‘잼’에 ‘핵’을 덧붙인 ‘핵잼’이란 새말이 널리 쓰인다. ‘핵잼’에 쓰인 ‘핵’이 ‘핵무기’를 뜻하는 것임은 분명한데도 이 말은 ‘무척 재미가 있음’이란 뜻으로 쓰인다. 더구나 ‘핵잼’에 대응하는 ‘핵노잼(核no잼)’까지 있다. 이를 보면 ‘핵잼’과 비슷한 뜻의 새말인 ‘꿀잼’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핵꿀잼’이란 말도 쓰이는 걸 보면 ‘핵’은 ‘무척’을 강조하는 말로 덧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쓰임은 ‘핵’의 위력을 넘어서는 것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핵’이 ‘재미’를 꾸밀 만큼 ‘핵’이 일상화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해야 할까?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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