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세운상가 ‘팹랩’ 방문
“DJㆍ노무현정부, 벤처창업 지원”
안철수, 4차 산업혁명 포럼 참석
“文, 박정희식 발상… 기업이 중요”
차기 대권 라이벌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연일 격돌하고 있다. 두 야권주자는 보수진영의 단골의제인 ‘성장 담론’에다 4차 산업혁명을 접목시킨 뒤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세웠다. 다만 문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정부 주도의 신성장 전략을 내놓은 반면 안 전 대표는 ‘민간 주도의 4차 산업혁명’을 주장, 기업의 자체 기술혁신에 방점을 찍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문 전 대표는 3일 종로 세운상가의 ‘팹랩’을 방문,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정부차원의 벤처창업지원을 이루어내고 벤처붐이 일면서 ICT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4차 산업혁명을 정부 주도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팹랩은 3D프린터 등을 비롯한 각종 제작 장비를 갖춘 창작 지원 공공 공간으로 안 전 대표 역시 지난해 4월 총선 첫 공식선거 운동장소로 이곳을 찾았다.
문 전 대표는 앞서 1일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주최의 4차 산업혁명 토론회 기조 연설에서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과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로의 확대 신설, 과학기술정책 총괄 국가 컨트롤타워 재구축을 제시했다. ▦세계 최초의 초고속 사물인터넷망 구축 ▦신산업분야 네거티브 규제 도입 ▦공공빅데이터센터 설립 및 데이터규제 해소 등 분야별 실천 방안도 내놨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사물인터넷망과 공공빅데이터센터 등 4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IT전문가로서 4차 산업혁명을 문 전 대표에 앞서 대비했다’며 차별화에 나섰다. 문 전 대표의 팹랩 방문에 맞춰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포럼에 참석했다. 안 전 대표는 앞서 지난달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을 방문했고 이달 2일에는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에 맞서는 한국형 알파고 개발에 들어간 한국기원을 찾는 등 IT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4차 산업혁명 정책 구상은 ‘정부의 투자와 제도 정비를 통한 민간 기술혁신’에 맞춰져 있다. 또 문 전 대표와 달리 대규모 인프라 구축 등 관련 정부 조직 변경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안 전 대표 측 정책라인으로 통하는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옛날식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정부가 끌고 나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역할은 제도를 보완하고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사전법규 등 제도정비에 나서고 국제표준화 분야에 투자하는 등 4차 산업의 ‘발전토대’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단 것이다.
이로 인해 양 측의 공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표의 정책에 대해 “예전 70년대 박정희 패러다임식 발상”이라며 “4 차 산업혁명은 정부 주도로 해서는 안 되며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제 공약은 4차 산업혁명을 관치방식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며 “민간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하려는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또 국민의당이 이날 문 전 대표의 팹랩 방문에 “안 전 대표 따라하기”라고 평하자, 민주당이 “실천의지가 중요하다”고 맞받는 등 당 대 당 신경전도 벌어졌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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