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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석탄시대의 종말

입력
2016.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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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016-04-21(한국일보)
지평선/2016-04-21(한국일보)

1883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석탄생산기업인 미국 피바디에너지가 최근 파산 신청을 했다. 앞서 미국 2위 석탄기업 아크콜을 비롯해 월터에너지 등 대형 석탄기업이 줄줄이 도산 위기에 몰렸다. 석탄 가격은 2011년 이후 75% 폭락했고 수백 개의 탄광이 문을 닫았다. 미국 석탄의 최대 소비처였던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석탄 대체재인 셰일가스의 과잉 생산, 오바마 정부의 강력한 환경규제 여파로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 “그들이 없으면 지상의 세계도 없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것, 빵 굽는 것에서 소설을 쓰는 것까지, 모든 게 석탄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36년 영국 탄광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묘사한 석탄 예찬론이다. 산업혁명의 동력이었던 석탄은 21세기에도 가장 큰 에너지원으로 군림하고 있다. 개도국인 중국(81%) 인도(71%)는 물론 호주(69%) 영국(39%) 미국(38%) 등 선진국도 전력생산의 상당 부분을 석탄에 의존한다.

▦ 피바디의 파산은 석탄시대의 종말이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석탄이 기후온난화의 주범인 탓이다. 미국의 경우 석탄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점한다. 한국도 발전부문이 온실가스의 40%를 배출하며, 이 중 80%가 석탄발전소에서 나온다. 주요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脫)석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32%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를 2025년까지 모두 폐쇄한다. 중국도 202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지금보다 7% 낮춘다.

▦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인 한국은 거꾸로다. 지난해 전기 생산에 들어간 돈은 42조원. 이 중 40%(15조원)가 석탄발전 비용으로 10년 새 3배나 급증했다. 심지어 현재 53기의 석탄발전소를 2029년까지 70여기로 늘릴 계획이다. 생산비용이 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 피해를 감안하면 석탄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석탄이 유발한 대기오염 탓에 국내서만 매년 1,600명이 조기 사망한다. 유럽에선 호흡기질환 등 건강 피해가 연간 78조원에 달한다. 더 비싼 대가를 치르기 전에 석탄이라는 구시대의 유물을 버려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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