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와 중부 지역 등 2곳서 방송
11년 만에 재개… 고강도 대응
체제전복 간주 심리전에 북한 가장 민감
북한 반발로 우발적 군사충돌 우려도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지뢰 도발을 ‘제2의 천안함’ 사태로 보고 있다. 천안함 사건 유보했던 확성기 방송을 이날 즉시 재개한 것도 이번 사태를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군 당국이 ‘혹독한 대가’를 언급한 데는 크게 못미친다는 불만도 없지 않지만 북한에 타격을 가할 마땅한 현실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심리전이라는 압박 카드를 꺼낸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천안함 때도 참았던 확성기 재개
군 당국은 10일 오후 5시부터 목함지뢰가 매설된 파주 1사단과 중부 지역 등 2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11년만 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 이후에도 확성기 방송을 부활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격적인 대응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남북은 2004년 군 장성급회담을 통해 확성기 등을 통한 심리전 방송을 전면 중단키로 합의한 뒤 자제해왔다. 우리 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에서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과 북한 정권의 실상, 세계 소식 및 기상 예보 등의 내용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몰 이후에도 방송을 실시하는 등 불규칙적으로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군 당국이 그간 참아 왔던 대북 심리전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무력 대응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확성기 방송만큼 북한을 압박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다. 사실상 고립된 국가인 북한에게 대북 심리전은 가장 약한 고리다. 군 관계자는 “북한 내부의 체제 안정과 직결된 문제로 북한 지도부가 상당히 아파할 만한 조치”라며 “오죽하면 전단 살포를 종이 폭탄이라고 하겠냐”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선 대북 심리전은 체제 전복 기도로 간주되며, 핵무기를 능가하는 무기로 여겨진다는 얘기다.
실제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남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에 대해 확성기 등을 조준 격파 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엔 민간단체가 띄운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하는 등 심리전에 유독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전광판 등 추가 제재 가능성, 우발적 충돌도 우려
군 당국은 일단 확성기 방송이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조치라고 밝혀 전광판 활용 및 라디오 방송 등으로 대북 심리전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 군 일각에서는 목함지뢰가 매설된 곳에서 가장 가까운 GP를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대응책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확성기 방송 등의 대응책이 우발적 군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이 확성기를 조준타격 할 경우 우리 군도 자위권 차원에서 응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군의 심리전 대응으로 비무장지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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