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ㆍ종교ㆍ동물보호단체들이 21일 정부를 향해 “철새 타령 그만하고 공장식 축산을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14년 이후 매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의 방역대책이 완벽히 실패한 것이며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장식 축산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물단체와 녹색연합, 조계종 사회부 등 30개 단체로 구성된 ‘조류독감 살처분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금류 살처분 즉각 중단과 반복되는 AI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제도장치를 요구했다. 20일 기준 대량 도살된 가금류는 1,921만 마리로 도살예정까지 포함하면 2,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는 전체 가금류의 12.9%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존 최대 피해 규모(2014년 1월~2015년 11월 1,937만 마리)를 뛰어넘는 것이다.
대책위는 또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이 방역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여전히 생매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리와 닭 등은 이산화탄소로 질식사를 시킨 후 매립이나 소각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10년, 20년 만에 한번 AI가 발생하는 경우는 살처분 정책이 맞지만 국내는 이미 매년 또는 격년마다 발생하며 토착화했기 때문에 백신 사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백신을 사용하면 청정국 지위 박탈로 가금류 수출에 제약이 될 수 있어 정부가 적용에 소극적인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동물보호 다큐멘터리 감독 황윤 씨는 “AI확산은 수년 전부터 환경 동물단체들이 공장식 밀집 축산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결과”라며 “특히 가금류 사육장 90% 이상을 기업들이 장악하고 정부 보상비의 80%를 이들이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방역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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