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국민 절반이 사각지대… 기금보다 구조적 틀부터 확 바꿔라

알림

국민 절반이 사각지대… 기금보다 구조적 틀부터 확 바꿔라

입력
2015.05.12 18:33
0 0

가입 - 미가입자간 노후소득 격차, 방치 땐 미래 세대에 세금 부담만

정부가 취약계층 보험료 지원하고 무조건 가입 등 적극적 정책 펴야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촉발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돼 개선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서울 신천동 국민연금관리공단 사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촉발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돼 개선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서울 신천동 국민연금관리공단 사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자 전문가들은 “차라리 잘 됐다, 공론화된 김에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생각이다.

소득대체율 50%만 부각됐지만, 사실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내놓은 국민연금 강화 방안은 3가지였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여 연금이 최소한의 생계비가 되도록 하자는 것 ▦출산과 군복무 등 때문에 보험료를 내지 못해도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딧 제도의 강화 ▦공무원 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 절감액 333조원을 국민연금을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연금 전문가들은 진보ㆍ보수 성향을 떠나 이 세가지 방향에 대부분 동의했으며, 특히 사각지대 해소 문제를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으로 꼽았다.

국민 절반이 혜택 못 받는 구조부터 바꿔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2,113만명이다. 하지만 이 중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납부예외자가 457만명, 장기체납자가 112만명이다. 또 직장 가입자는 만 18세 이상, 지역가입자는 만 27세 이상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했지만 전업주부, 18~26세 학생, 군인 등은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가입하지 않은 사람(적용제외자)이 1,084만명에 달한다. 즉 전체 가입 대상자는 3,197만명이지만 실제로 보험료를 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544만명(48.3%) 뿐으로, 국민 절반이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보험보다 훨씬 수익률이 높고, 소득분배 기능이 있어 저소득자일수록 유리한 구조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낮을수록 가입율이 낮고, 고소득자의 가입률이 높다. 지난해 말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월급이 100만원 미만인 근로자는 15%만 국민연금(직장가입)에 가입했지만 400만원 이상인 근로자는 가입율이 96.6%였다. 노후 빈곤 우려가 큰 사람들이 오히려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은 채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가입자만 그 혜택을 보게 되고, 가입자와 미가입자간 노후소득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정부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보험료를 대신 부담해 이들이 노후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냥 두면 이들을 기초생활보장제도로 부양해야 하는데 이는 미래세대의 세금 부담을 더 키운다”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비정규직ㆍ일용직 근로자 등 미가입자들은 보험료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시행으로 무조건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안정화→사회 지속성 프레임으로

1988년 도입 이후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는 주로 재정 안정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도입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40%까지 떨어졌다. 연금 본연의 기능은 노후 소득 보장인데, 기금을 쌓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기금을 위한 연금인지, 노인을 위한 연금인지 헷갈린다”고 꼬집었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동시에 가입기간을 연장해주는 크레딧 제도를 확대하면 실제 소득 대체율이 높아져 보장성이 확대된다.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노동시장이 갈수록 척박해져 근로기간이 짧아지면 명목 소득대체율을 아무리 높여도 효과가 없다”며 “근로자들의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국민연금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기초연금 논의는 별로 없다”며 “기초연금 강화를 통해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넓히는 것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 규모 합의해야 보험료 논쟁도 끝나

연금 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보험료율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가 얼마인지를 두고,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60년 기금 소진을 가정해 1.01%P 인상만 필요하다고 한 반면 보건복지부는 2100년 이후까지 기금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2배(18.8%)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금 규모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 보험료도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현재 460조원인 국민연금 기금이 세계 최대규모인데다, 거대 기금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자산 가치 폭락 등 변수가 많아 기금 규모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연명 교수는 “우리 사회는 아직 한 번도 기금 규모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지에 대해 토론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적정한 보험료율과 연금 수준에 대한 합의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