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등 참여 국가폭력조사단
민중총궐기 과잉 수사에 인권침해 만연 주장
개인 SNS 광범위 사찰한 흔적도
알바노조 인천지부 준비위원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11월 27일 불법집회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있었던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는 이유였지만 정작 이씨는 그 날 자신이 속한 시민단체에서 진행하는 김장나누기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민중총궐기 대회와 관련한 행적이라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위독한 백남기씨 사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11월 19일 인천경찰청 앞에서 노동당이 주최한 ‘경찰 폭력진압 규탄 기자회견’ 등에 당원 자격으로 참가한 게 전부였다.
이번 수사는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때 일부 시위대가 복면을 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방화 또는 투석을 하는 등 폭력성이 도를 넘음에 따라 폭력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라는 경찰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 착수 이후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무작위로 소환하고 시위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사기업에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등 과잉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대회 국가폭력조사단(조사단)’은 1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무리한 경찰의 수사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관내 기업에 소속 노조원 명단과 폐쇄회로(CC)TV 자료를 요구하는 등 무리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 사례도 조사됐다. 조사단에 따르면 경기 안산상록서는 1차 대회 직후 홈플러스 안산점 등에 수사업무 자료 요청을 보내 노조원 명단과 정문 CCTV 자료를 요구했다. CCTV를 통해 당일 관광버스로 집회 장소로 이동한 이들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단은 경찰이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회 참가자나 참가 예상자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을 벌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경찰 소환에 응해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냐’며 보여준 증거 사진에 당일 페이스북에 올린 개인 사진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며 “경찰은 함께 참가한 지인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민중총궐기 참가자를 찾아 내기 위해 경찰이 불특정 다수 국민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등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다. 개인 SNS 계정에 올린 사진과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을 수집하는 등 과도한 온라인 사찰도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무분별한 소환은 민중총궐기 참가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킴으로써 민주주의 시스템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경찰청에 집회 미참가자들에 대한 소환 이유와 근거를 밝혀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해당 사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계획이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집회 미참가자에 대해 출석요구서가 발송된 건 채증 오판독으로 인한 것”이라며 “수사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1차 대회에서 불법ㆍ폭력 시위를 사전에 기획하고 선동한 혐의로 배태선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을 체포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다음 달 4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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