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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법조브로커 검거…정운호 전방위 로비 수사 속도

입력
2016.05.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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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상가 입점 로비 등

이씨 본인 혐의 입증에 주력

정씨 항소심 배당 첫 판사와 식사

수사 직후 도피 커넥션 의혹도

판사ㆍ정관계 구명로비가 초점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뉴스1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뉴스1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핵심 브로커였던 이민희(56)씨가 잠적 4개월 만에 검거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드디어 ‘본류’를 파고들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정 대표의 사업 확장을 위한 금품 로비는 물론, 원정도박 사건의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구명 로비까지 담당했던 인물이어서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꼽힌다.

검찰은 일단 이씨 본인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009~2011년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상가 매장을 늘리기 위해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로비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 측으로부터 9억원을 받아가고, 유명 가수의 동생 조모(60)씨에게 3억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올해 1월 중순부터 지명수배됐다. 20일 체포된 이씨가 이 같은 혐의는 모두 인정한 만큼, 이 부분 수사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심의 초점은 정 대표 사건과 관련한 이씨의 ‘구체적 역할’이다. 우선 판사들을 상대로 한 ‘구명 로비 의혹’이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말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된 임모 부장판사를 배당 첫날 저녁 서울시내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 임 부장판사가 이튿날 이 사실을 확인, 재판기피신청을 함에 따라 실제로 정 대표 사건은 다른 판사에게 맡겨졌지만 ‘브로커와의 부적절한 만남’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씨는 임 부장판사보다도 먼저 배당 사실을 알았던 데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직후 도피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씨와 법원 또는 검찰 내부의 ‘커넥션’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홍만표(57) 변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이씨 수사로 어느 정도는 규명될 공산이 크다. 서울 D고 동문인 홍 변호사와의 친분을 주변에 강조했던 그는 정 대표와 홍 변호사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한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팀을 상대로 부적절한 청탁을 했는지, 정 대표에게서 거액 수임료를 어떤 명목으로 받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씨는 일단 검찰 조사에서 “홍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을 수임하는 데 관여하거나 역할을 한 게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화려한 인맥’, 이를 토대로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뿌렸는지도 검찰의 수사 초점이다. 이씨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 전직 국회의원, 전직 차관, 현직 검사, 전관 변호사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사건 해결을 자신하거나 위세를 부린 정황은 이미 검찰에 포착된 상태다. 검찰 조사에서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입장이 아니었다. 허언을 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에게 로비를 하지 않았다. 9억원은 생활비와 유흥비로 썼다”고 했으나, ‘제대로’ 입을 열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일각에선 이씨의 자수나 혐의 사실 자백은 ‘꼬리 자르기’나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검거 당시 휴대폰 등 중요 단서가 될 물건을 갖고 있지 않았고, 검찰 조사에서도 홍 변호사나 법원 관계자 등 로비 대상으로 알려진 인물들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한 검찰 간부는 “이씨가 자수 전 조언을 받거나 스스로 결심해 증거를 인멸한 후 본인 혐의만 인정하고 다른 인물들에 대해선 입을 다물기로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씨의 인적 네트워크를 잘 안다는 법조계 인사는 “이씨가 어울린 인사들을 조사하고 그들의 행태를 파헤치다 보면 법원과 검찰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법적 처벌 여부를 떠나 법조계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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