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을 일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이번에는 경선 라이벌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바보(idiot)’ ‘거지(beggar)’ 라고 부르며 막말 공격을 이어갔다. 특히 유세 현장에서 그레이엄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21일(현지 시간) 그레이엄의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 블러프톤 유세현장에서 “그레이엄 의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나를 ‘멍청이’(Jackass)라고 불렀다”며 “그는 바보(idiot)”라고 맞받아쳤다. 최근 그레이엄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의원이 경선에 빠지든 남든 상관없지만, 제발 멍청이 짓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한 반격이다.
트럼프는 이어 “그레이엄 의원이 몇 년 전 나에게 전화를 걸어 폭스뉴스에 좋은 보도가 나오도록 연결해 주면서 은근히 선거 자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 뭐지? 거지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급기야 속 주머니에서 그레이엄의 전화번호가 적힌 흰 종이를 꺼내더니 “당시 그레이엄 의원이 자기 전화번호를 줘 기록해 뒀다. 번호가 맞는지 확인해 보자”며 유세 현장에서 이 번호를 두 번이나 반복해서 외쳤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바로 음성 녹음함으로 연결됐다”고 전했고, 그레이엄 대선 캠프 역시 해당 번호가 실제 그의 휴대전화번호라고 밝혔다. 그레이엄은 트위터에 “새 전화를 사야 할 것 같다. 아이폰으로 할까, 안드로이드로 할까”라고 글을 올렸다.
미국 언론들은 “도를 넘은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가 청취자들을 웃기기 위해 소모전을 벌였다”고 지적했고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의 행동은 신상털이에 해당하며, 합법적 가학행위”라고 해설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최근 미국 내 멕시코 미등록 이민자들을 마약상, 성폭행범으로 비하하는가 하면 공화당 거물 정치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깎아내려 파문을 일으켰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