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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선공 vs 시진핑의 되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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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선공 vs 시진핑의 되치기

입력
2017.04.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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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흰머리 독수리를 국조(國鳥)로 삼고 있다. 독수리는 용맹하고 날렵하며 호전적인 이미지 덕분에 로마제국에서부터 나치독일에 이르기까지 인기 있는 상징물이었다. 미국의 국조 문양에 새겨진 독수리가 13개의 화살과 올리브 가지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은 독립 당시 13개 주의 의지와 권한을 하나로 묶어낸 연방제를 상징한다.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로는 (자이언트)팬더가 꼽힌다. 쓰촨(四川)ㆍ칭하이(靑海)성과 시짱(西藏)자치구 등지에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종이다. 중국은 팬더를 밀반출할 경우 사형에 처하는 등 팬더의 국내외 상업적 거래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대신 우호의 의미로 팬더를 외국에 임대하는 건 가능토록 했다. 이른바 ‘팬더외교’다.

6~7일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는 세기의 ‘스트롱맨 맞대결’이란 별칭이 붙었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을 명분으로 국제외교의 관례조차 철저히 깨뜨리고 있다. 2013년 공식 취임 후 전방위 굴기(堀起ㆍ우뚝 섬)를 국가전략으로 삼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주요 2개국(G2)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인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와 통상ㆍ무역분야는 사안 성격상 공수가 뚜렷이 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이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 환율조작국 지정, 시장경제지위 부여 등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이에 비해 시 주석은 오는 11월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적으로 상황 관리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대화ㆍ협력ㆍ공존ㆍ공영 등을 강조하는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첫 날 만찬회동 도중 시리아 폭격을 단행했다.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도 가능하다는 경고로 읽을 만하다. 시 주석은 그러나 즉자적인 반응 대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고 상징적인 협력관계 복원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목표물을 정하고 나면 지체없이 하강해 낚아채는 독수리의 공세에 쿵푸로 무장한 팬더는 진작부터 되치기를 준비해온 듯한 형국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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