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후보들 간에 '굳히기와 뒤집기' 신경전과 설전이 가열되고 막말까지 쏟아져 나와 협치와 통합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과 의지를 무색하게 한다. 주요 후보들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게 가능한 '제왕'이 되는 것처럼 개혁 공약을 토해 내고 아동ㆍ청년ㆍ노인 등 전 계층에 대한 선심 정책을 남발해 왔다. 그러나 누가 집권하든 여소야대 국회와 손잡고 반대세력을 아우르지 않으면 공약 이행은 공염불이 되고 정상적 국정조차 장담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종반 대선전의 과열을 우려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주요 대선 후보 진영이 지난 주말 통합정부 혹은 공동정부 등의 구상을 밝혔을 때 취지에 적극 공감한 바 있다. 독선과 불통, 분열과 패권의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협치와 분권, 통합과 소통의 새 리더십을 새우는 것이야말로 촛불ㆍ탄핵정국을 이끌어온 민심의 요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로만 탕평과 연대를 강조할 뿐, 상대를 향한 삿대질과 비난은 적의와 배제로 가득 차 있다. 그러고도 국정 파트너 운운하니 되레 섬찟하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유세 때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개혁공동정부 구상을 '적폐 연대'로 규정하고 "자유한국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야합"이라고 몰아붙였다. 대통합과 대탕평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드림팀'을 꾸리겠다던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안 후보 역시 문 후보의 통합정부 구상을 끼리끼리 나누어 먹자는 ‘껍데기 통합'이자 선거를 위한 속임수라고 원색적으로 받아치면서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에도 선을 그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최근 지지율 급등을 배경으로 난타전에 끼어들었다. 이해찬 의원을 문 후보의 '상왕'이라고 몰아붙이다가 '조폭 정당의 후예'라는 반격을 당했고, 안 후보의 공동정부 구상을 "보수우파를 현혹하려는 술책'이라고 비꼬다가 "이런 도둑X들의 XX들"이라는 홍 후보의 막말이 되레 도마에 올랐다.
주요 정당의 현재 의석은 민주당 119, 자유한국당 94, 국민의당 40, 바른정당 32, 정의당 6석 등이다. 새 정부가 수많은 개혁조치를 단행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2ㆍ3개 정당의 협치 혹은 연정이 불가피한 구조다. 협치와 연대는 가치와 이념의 동질성 이상으로 상호 선의와 호감을 전제해야 가능하다. 싸우더라도 서로 상처를 남기거나 원한을 사지 않아야 새 정부가 난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 불과 일주일 뒤의, 멀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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