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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데…” 파면 결정문 미괄식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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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데…” 파면 결정문 미괄식의 진수

입력
2017.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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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선고일시가 분 단위까지 적혀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선고일시가 분 단위까지 적혀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을 두고 ‘미괄식 구성의 진수’라며 논리가 탄탄하다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헌재 결정문을 읽어본 법조계 인사들은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89쪽짜리 탄핵심판 결정문은 서두에서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법리를 설명했다. 본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자유 침해 부분 등 탄핵소추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내용이 순서대로 기술됐다. 이후 탄핵사유에 해당하는 국정농단 내용이 꼼꼼히 기록돼 법 위반 행위로 규정됐다. 마지막으로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통해 설득력을 높였다.

헌재 결정문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극적인 효과도 누렸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21분간 낭독한 선고요지에는 ‘그러나’가 4번, ‘그런데’가 3번 등장해 초반에는 결론을 예측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탄핵심판 법정에 출석한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도 이 대행의 한마디 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리는 등 긴장을 풀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가 탄핵심판의 판단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 순간에는 방청석이 웅성거렸다. 그러나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문장에 이어 파면 주문이 선고되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결정문이 어려운 법률용어 대신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정리된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온라인에선 “결정문을 듣는데 울컥했다”거나 “역사적 판례에 어울리게 길이 남을 선고요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짧은 시간에 알아 듣기 쉬운 언어로 깔끔하게 정리됐다”면서 “선고요지가 명문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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