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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에 시진핑 절대권력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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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에 시진핑 절대권력도 흔들리나

입력
2018.07.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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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절대권력도 도전을 받는 모습이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서둘렀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등의 정책 노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동시에 개인숭배 경향에 대한 비난도 터져 나오고 있다.

17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최고 권위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9일에 이어 15일과 16일에도 시 주석 관련 뉴스를 1면에 게재하지 않았다. 2012년 11월 시 주석이 제18차 공산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른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시 주석은 지난해 19차 당대회를 거치며 사실상 종신집권의 기반을 닦은 상태다. 인민일보는 대신 형식적이나마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무역전쟁 대응 방침과 국제 공조 제안 등을 부각시켰다.

이런 기류에 대해 류펑(劉豊) 난카이(南開)대 교수는 “굴기(堀起ㆍ우뚝 섬) 중인 국가가 너무 일찍 야심을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면서 “지금은 ‘전략적 위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 추진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서 자제할 것, 과학기술 분야에서 과도한 자신감을 버릴 것, 인도ㆍ일본 등 주변 강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 등을 제안했다. 리란(李巍) 런민(人民)대 교수도 “당분간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보다 대만 독립 방지와 경제성장 및 사회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최고지도부가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외정책의 톤을 조정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선 대외 전략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ㆍ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움)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홍콩 명보(明報)는 최근 장쩌민(江澤民)ㆍ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등 40여명의 원로들이 당 정책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내달 초로 예상되는 전ㆍ현직 지도부의 비공개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의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에선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분출하고 있다. 지난 4일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중국몽(中國夢) 선전 간판에 붙은 시 주석 얼굴사진에 먹물을 끼얹는 장면을 자체 촬영한 뒤 이를 유튜브에 올려 공안당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후 인터넷에는 “독재자의 얼굴에 먹물을 끼얹자”는 글이 나돌았고 시 주석 초상이 그려진 간판에 오물을 투척하는 투고도 줄을 이었다.

여기에 시 주석의 권력 기반 약화를 의미하는 온갖 소문도 줄을 잇고 있다. 공산당이 최근 지방정부와 각급 기관에 시 주석 초상화의 철수를 지시했다거나 대외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가 낙마할 것이라는 등이다. 일각에선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후춘화(湖春華) 부총리가 시 주석의 조기 낙마에 대비해 차기 경쟁을 벌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내외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시 주석의 공세적인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지만 시 주석 집권 후 반대파가 사실상 와해된 터라 조직적 반발과 권력 분점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시 주석과 최고지도부도 개별적인 반발이나 개인숭배에 대한 비난을 감안해 대외정책의 속도와 강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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