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로 개헌정국이 본격화했지만, 설사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해도 무효가 될 우려가 크다.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이 ‘헌법 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관련 조항 개정 요구를 정치권이 수년째 방치해 이 조항이 실효한 때문이다. 청와대는 진작부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국회가 조속히 위헌상황을 해소해 달라"고 누차 촉구해왔으나, 여야가 '권력 다툼'과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팔려 외면해 왔으니, ‘탄핵 감 직무유기'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헌재는 2014년 7월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주 신고가 된 사람의 투표권만 인정한 국민투표법 14조 1항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해당 조항의 효력을 2015년 12월까지로 한정했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후 3년 7개월이 넘도록, 또 문제 조항의 효력을 잃은 지 2년 3개월이 되도록 국회는 당장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법안 심의를 미뤄왔다.
국민투표법은 헌법 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정책을 투표에 붙일 수 있다'와 헌법 130조 '헌법개정안은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에 따른 법이다. 그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면 개헌안 국민투표를 해도 그 효력이 문제가 된다. 중앙선관위가 "현행법으로는 재외국민투표용 선거인 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며 수차 국회의 법개정을 촉구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최근 "위헌 상태의 국민투표법이 2년 이상 방치한 것은 국민권리를 박탈하는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개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대 걸림돌은 자유한국당의 자세다. 청와대의 '지방선거ㆍ개헌투표 동시실시' 방침에 극구 반대해온 입장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에 협조하다가는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좀 더 두고 보자는 식이다. 국회의 헌법적 책무와 당략적 정치공학을 구별하지 못한 저급한 인식이다. 헌재가 요구한 법 개정을 미루는 것은 국회의 존재 의미 부인과 다름없다. 개헌안과 달리 국민투표법은 논란거리도 없다. 법의 즉각적 개정을 국회 주도 개헌의 출발점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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