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목적 아닌 경증 장기 입소 땐
‘사회적 입원’ 간주 건보 수가 삭감
공공 실버주택 확대 등 대책 불구
“결국 가족 부담” 벌써부터 우려도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 장기 입원의 문턱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취약계층의 시설 격리를 막고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보듬겠다는 내용의 ‘커뮤니티 케어 추진 방향’을 6일 밝혔다. 방향은 옳지만, 시설을 벗어날 취약계층이 충분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가족에게 부양 부담이 떠넘겨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이나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 등을 지금처럼 복지시설이나 요양병원에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사회적 입원)시켜 사회에서 격리하는 대신, 적절한 재가(在家) 보건ㆍ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원래 살던 동네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뜻한다. 복지부는 시설이나 병원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입소자 74만명 중 6만명(약 8%) 가량이 불필요하게 격리된 걸로 보고 있다.
추진 방향은 크게 이런 사회적 입원을 어떻게 줄일지, 그리고 지역사회로 돌아온 취약 계층을 어떻게 돌볼지로 나뉜다.
우선 치료보다 돌봄이 필요한 경증 질환 노인을 너무 오래 입원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요양병원의 장기입원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복지부는 딱히 아픈 곳이 없는 ‘신체기능저하군’ 환자와 같은 경증 환자는 입원의 건강보험 수가를 지금보다 낮추기로 했다. 또 9인실 이상 과밀 병상 수가도 낮추고, 지자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을 요양병원에 보내 불필요한 장기입원 환자가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인 경증 환자는 입원 단계부터 퇴원계획을 세우게 하고,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미리 연계해 주기로 했다. 대신 요양병원의 중증환자 수가와 감염예방, 환자 안전 관련 수가는 지금보다 올려준다. 또 장애인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정부 평가를 할 때, 시설 측이 입소자를 사회로 돌려보내려는 노력을 했는지를 평가 항목에 넣는다.
복귀 후 대책으로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비율을 2022년까지 전체 노인의 9.6%(작년 8.0%)로 확대하고,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탈시설 장애인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또 노인에게 주거와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공공실버주택’을 확대하고, 노인 공동거주 모델(그룹홈)도 개발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취약계층이 지역사회에서 빈틈 없는 보건ㆍ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빈틈이 생기면 부담은 결국 가족들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복지부가 제시한 민ㆍ관 협력 지역사회 돌봄 체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지역사회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 방안과 다를 것이 없어 과연 요양병원ㆍ시설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주거 기반 마련이 성패의 관건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이나 장애인, 정신질환자들이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 주택 등을 대폭 늘리지 않는 한 가족의 부양 부담이 커져 금방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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