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여객기 격추는 국제적 파장이 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지속된다. 과거 발생했던 사건은 대부분 군사 분쟁지역이나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발생했던 민간 여객기 격추 사례를 정리했다.
1. 대한항공 007편 격추(1983년 9월 1일, 269명 사망)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보잉747-230B)가 소련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Su-15)가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객기는 사할린 서쪽에 추락했고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미사일을 발사한 전투기 조종사는 여객기를 군사용 정찰기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는 심각한 냉전 상태였다. 항공기에는 래리 맥도널드 민주당 하원의원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맥도널드 의원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 부각되면서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사고 이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진영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2. 이란항공 655편 격추(1988년 7월 3일, 290명 사망)
이란의 메흐라바드 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드 두바이공항으로 향하던 이란항공 655편 여객기(에어버스 A300)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국 해군 함정 빈센스호가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자 290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미사일을 발사한 빈센스호의 함장은 여객기를 이란 공군의 F-14 전투기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판단을 두고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 논란이 됐다. 미국 정부는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유가족에게 6천18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란과 합의했다.
3. 리비아아랍항공 114편 격추(1973년 2월 21일, 108명 사망)
리비아 트리폴리를 출발해 이집트 카이로 향하던 리비아 국적의 리비아아랍항공 114편 여객기(보잉 727)가 이스라엘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이스라엘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 탑승자 113명 중 108명이 사망했고 승객 4명과 부기장만 살아 남았다. 이스라엘은 착륙을 명령했으나 이에 불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4. 이타비아항공 870편 격추(1980년 6월 27일, 81명 사망)
이탈리아 볼로냐를 출발해 팔레르모로 향하던 이타비아 항공 870편 여객기가 팔레르모 북쪽 우스티카섬 상공에서 전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격추됐다. 탑승자 81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지난해 전투기의 국적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5. 사이베리아항공 1812편 격추(2001년 10월 4일, 78명 사망)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향하던 러시아 국적 사이베리아항공 1812편 여객기(TU-154)가 흑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 탑승자 78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군은 23기의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1,560만 달러의 배상급을 지급했다.
6. 엘알항공 402편 격추(1955년 7월 27일, 58명 사망)
오스트리아 빈을 출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호 향하던 이스라엘 국적의 엘알항공 402편 여객기가 불가리아 상공에서 불가리아 전투기(미그기) 2대에 의해 격추됐다. 탑승자 58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건 초기 혐의를 부인했던 불가리아 정부는 사고 8년 후 19만5천 달러의 보상금을 이스라엘에 지급했다.
7. 캐세이퍼시픽항공 여객기 격추(1954년 7월 23일, 10명 사망)
태국 방콕을 출발해 홍콩으로 향하던 캐세이퍼시픽항공(당시 영국 소속) 여객기(C-54 스카이마스터)가 하이난섬 인근에서 중국군에 의해 격추됐다. 탑승자 19명 중 10명이 사망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 전투기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