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우조선, 침몰 중 성과급 ‘흥청’… 産銀은 거수기 노릇하며 ‘망청’
알림

대우조선, 침몰 중 성과급 ‘흥청’… 産銀은 거수기 노릇하며 ‘망청’

입력
2016.06.16 04:40
0 0

경영정상화 논의되던 작년 9월

직원 1인당 946만원 격려금

2013~14년엔 이익 부풀려

임직원 성과급 2000억대 지급

퇴직 임원에 거액 자문료 지불도

산은, 문어발식 투자에 찬성표만

해양플랜트 부실에도 자금 지원

자회사 회생 도와야할 경영관리단

골프장, 주점서 법인카드 펑펑

15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15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이 수조원대의 거대 부실덩어리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 임직원과 산업은행이 보인 모럴 해저드는 충격적이다. 회사가 쓰러져 가는데도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눈먼 혈세로 수천억원대의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 이를 감독해야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부실엔 모르쇠, 사업 승인에는 거수기, 자금 증액 요청에는 자판기 노릇만 했다. 대우조선의 부실ㆍ방만 경영을 감독ㆍ견제해야 할 시스템은 그 어느 곳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

경영정상화 논의 와중에도 성과급 파티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상반기에 기록한 3조 1,900여억원의 영업손실로 경영정상화 방안이 논의되던 작년 9월 직원 1인당 946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노사 합의안을 마련했다. 직원 급여를 일부 못 줄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부족 상황에 처했는데도 전년 격려금(746만원) 보다 26.8% 증액한 것이다. 산은은 격려금 지급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경영상 판단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정성립 대우조선 대표이사의 말에 877억여원의 부당지급을 승인했다. 산은은 감사과정에서 파업손실이 단체교섭 비용보다 크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아울러 산은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제대로 활용치 않아 대우조선의 영업이익이 1조 5,000억원 이상 부풀려진 2013~14년 두 해 동안 대우조선은 임원성과급 65억원, 직원 성과급 1,984억원을 지급했다. 대우조선은 2012년도 경영실적 평가 때도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129% 초과달성’이란 왜곡 자료를 제출했고, 산은은 이를 검증 없이 그대로 인정해 임원성과급 35억원이 부당 지급되는 것을 묵인했다.

자문실적 없는 퇴직임원에 수억대 자문료

대우조선은 남상태 전 사장을 2012년 4월부터 2년간 자문역으로 위촉해 구체적인 자문실적이 없었는데도 월 평균 2,400여만원씩 총 5억7,691만여원을 지급했고 별도로 차량운영비 월 252만원을 제공했다. 대우조선은 이를 포함해 2009년부터 2015년 8월까지 자문 실적이 전혀 없었던 퇴직임원 등 15명에게 총 22억 2,814만여원을 지급했다. 특히 2012년 국정감사에서 거액 자문료가 문제가 돼 이듬해 ‘퇴직임원 예우규칙’을 폐지했지만 고재호 전 사장 등을 자문역으로 위촉해 지난해 8월까지 거액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산은, 사업 승인 거수기ㆍ 자금 지원 자판기

대우조선의 성과급 파티에 눈 감았던 산은은 대우조선 부실 과정에서도 까막눈이었다. 대우조선이 2013년 산은의‘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 대상에 해당됐지만, 산은이 이를 활용치 않고 간과해 부실 발생 파악 기회를 잃었다. 특히 대우조선 부실의 핵심인 해양플랜트 사업과 관련한 공정ㆍ인도 지연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산은은 현금흐름이 나아질 것이란 대우조선의 설명만 듣고 운영자금 증액 요청을 모두 승인했다. 2011년 2,000억원이 배정됐던 운영자금 한도액은 2014년 9월에는 8,200억원까지 증액됐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문어발식 투자에도 거수기 역할만 했다. 대우조선이 2005년부터 타당성 조사도 없이 조선업과 상관 없는 자회사 17곳을 설립ㆍ인수해 9,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감사과정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산은 출신의 최고재무관리자(CFO)는 관련 이사회 안건에 모두 찬성을 표했을 뿐이다. 2012년부터 산은 현직이 비상무이사로 선임돼 대우조선 이사회에 참석했으나 그 역시 찬성으로 일관했다. 대우조선은 이런 이사회를 우롱하듯, 플로팅 호텔 등 5개 사업은 이사회에 왜곡 보고를 하거나 아예 보고를 누락했다. 산은은 2011년 대우조선의 방만 경영 방지를 위한 경영컨설팅을 실시해 상근감사위원제도와 사전수주심의기구 신설 등의 방안을 통보 받았으나, 적정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서류상 이행한 것으로 처리했다.

산은 경영관리단은 법인카드로 골프 유흥

산은이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출자 자회사의 도덕적 해이의 늪에 함께 빠져들었다. 산은이 대우조선 외에 15개 기업에 파견한 경영관리단은 법인카드를 약정을 초과해 사용하거나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된 골프장ㆍ유흥주점에서 부당 집행했다. A기업에 파견된 모 단장은 유흥주점에서 728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B기업에 파견된 다른 단장은 골프장 및 유흥주점에서 390만원을 사용했다. 이렇게 부당하게 집행된 업무추진비는 모두 2억3,615만원으로 나타났다. 경영정상화를 돕겠다며 자회사로 내려간 산은 직원들이 오히려 자회사에 민폐만 끼친 셈이다. 산은은 이런 실태를 파악하거나 점검하지 않았다. 산은이 대우조선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대우조선 경영관리단의 업무추진비는 감사에서 제외됐다.

산은이 출자전환을 통해 자회사로 떠안은 회사는 2001년 5곳에서 2014년 49곳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쏟아부은 돈이 6,250억원에서 4조 3,703억원으로 7배 가량 늘었지만 허술한 관리로 자회사들이 다시 부실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