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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호봉제 임금체계, 만병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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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호봉제 임금체계, 만병의 근원”

입력
2015.11.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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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의 임금체계는 단일 호봉제가 지배적이다. 2000년대 초반 부분적인 성과연봉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기본급의 87.5%가 연공형 호봉제에 따라 지급되고, 성과평가 결과는 주로 승진에 반영될 뿐 급여에는 직접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회사별 호봉제 도입비율도 금융업(2014년 91.8%)이 전산업 평균(60.2%)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국내 은행권에 만연한 ‘단일 호봉제’ 식 임금체계가 현재의 고임금, 높은 비정규직 비율, 조기퇴직 유도, 청년채용 기피 등 다양한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당국이 금융개혁의 또 다른 테마로 금융권 임금개편에 주목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림 1금융업 1인당 월급여/2015-11-05(한국일보)
그림 1금융업 1인당 월급여/2015-11-05(한국일보)

금융연구원이 5일 금융위원회의 용역 의뢰를 토대로 개최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직무ㆍ성과와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월급이 오르는 은행권 임금시스템은 각종 비효율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전문성, 고연봉 등으로 다른 업종보다 높은 장기근속 현상(작년 시중은행 남직원 평균 18.6년)과 맞물려 임금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금융사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직원 1인당 월 총급여는 전산업 평균보다 2006년 이후 줄곧 1.5배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높다. 지난해 시중은행 남자 직원의 평균연봉은 1억100만원이나 됐다.

높은 임금 부담은 다른 업종(2014년 전산업 평균 32.4%)보다 훨씬 높은 비정규직 비율(42.1%)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정년연장 시행으로 다른 직종보다 전문인력의 중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50대 초반 희망퇴직을 적극 유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과거 고도성장기 패러다임이었던 연공형 임금체계로는 향후 금융사의 경쟁력은 물론, 중고령 인력의 고용안정, 청년층 신규채용 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제한적으로 시행중인 성과평가 역시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의 모든 은행이 성과평가를 하고 있지만 지점ㆍ영업그룹별 식의 집단평가 비중이 높아 개인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진급대상자에게 높은 평점을 주는 식의 온정주의도 많은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입사 10년 후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는 발언 이후 금융권 임금체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 금융위 간부가 토론자로 직접 나선 것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날 오전 금융사 경영진 상대 강연에서 “금융권에 남은 금융개혁 과제는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 임금체계에서 직무급 비중을 확대해 임금의 경직성은 줄이되 실질적인 근속기간을 확대해야 하며 ▦불황 등에 대비한 은행의 완충력 강화를 위해 직원 성과급을 은행의 전체 실적에 일정부분 연동시키고 ▦성과 평가에도 장기성과의 비중을 높이고 관대화 경향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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